시골집이 평생직장이 되었다

도시로 나간 자식들까지 찾아왔다

by 타짜의 클리닉

시골집 마당에 지붕을 만들었다.


집이 공주다. 그냥 태어나 살던 집이다. 마당도 넓은 옛날 집이다. 그 집에서 지금은 식당을 하고 있다. 집에서는 여전히 가족들이 살고 있다. 가족들이 쓰는 집은 주방으로만 쓴다. 시골이라 넓었던 마당에 별채를 지었다. 별거 아니다. 기둥을 세우고 문은 유리로 막고, 지붕을 씌웠을 뿐이다. 그렇게 테이블 9개가 들어가는 공간을 마당에 만들었다. 마당에 잔디는 여전하고, 꽃과 나무도 그 공간만큼만 사라졌을 뿐이다. 그래서 인테리어랄 게 없다. 따라서 큰 돈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손님들은 좋아한다. 인위적인 공간이 아니라, 남의 집 마당에서 먹는 맛에 온다는 손님이 있을 정도다. 그렇게 살던 집에서 평일에도 가끔 재료가 소진될 정도로 장사를 하고 있다. 60이 넘은 우리 부부는 그 옛날보다 더 나은 돈을 만지고 쓰며 살고 있다. 도시로 나간 자식들까지 와서 같이 살겠다고 자청해 집 마당에 지붕을 만든 그 결정이 내 노후를 바꿔 놓았다. 세상 참 별일이다.



KakaoTalk_20241210_154926062_19.jpg 마당에 데크길을 만들고 지붕을 씌운 별채를 만들었다.


메뉴는 생선을 구워 팔았다.


바다가 없는 시골이라서 그게 좋을 거 같았다. 생선을 굽는 거야 집밥으로도 해먹던 일이라 어렵지 않았다. 거기에 조림도 하나 넣었다. 구이 하나, 조림 하나로 식당을 하지 않던 촌부가 할만하게 메뉴로 정했다. 반찬이야 뭐, 시골에서 동네사람들과 늘 나눠 먹으려고 만든 솜씨로도 힘겨울 게 없었다. 그러다 석쇠불고기를 하나 더 추가했다. 목살을 얇게 썰어서 양념을 입혀 연탄불에 구워 석쇠판째 쟁반에 바쳐 내주었더니 손님들이 맛있게 먹어주었다. 식당을 했던 사람도 아닌데 한판에 15,000원을 받아도 아무소리가 없었다. 메뉴라고 3가지라 힘에 벅차지도 않았다. 특별히 이색적인 메뉴도 아니었지만, 식당을 차리는데 큰 돈을 쓰지도 않았지만, 시골집 마당에서 먹는 밥집이라는 소문에 손님들은 오픈을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와주니 고맙고 신기할 따름이다. 그저 마당이 넓은 시골집 하나를 팔지 않고 끼고 살았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지금도 자다가 일어나 한번 웃는다.



KakaoTalk_20241210_154926062_26.jpg 6가지의 반찬과 국을 포함해 푸짐히 준다.


어제는 천안에서 왔다는 가족이 있었고,


그제는 대전에서 여자 4명이 와서 낮술을 반짝이나 마시고 갔다. 신기한 일이다. 동네 사람들에게 소일거리 삼아 팔겠다고 만든 식당인데, 동네 사람은 없고 죄다 외지인들 뿐이다. 한두시간 거리가 별거 아닌 사람들이 그렇게 찾아올지 몰랐다. 차로 2시간이면 얼추 서울 아래까지 가는 거리다. 그래서인지 서울 사람들도 심심찮게 보는 일상이 되었다. 내가 식당을 하지 않았더라면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이 “맛있게 먹고 간다”며 인사를 건넬 줄이야.

시골에 집을 가졌기에 만난 행운이었다. 거기에 식당을 해볼까 하는 용기를 냈던 덕분이었다. 시골집 자체라서 사람들은 궁금해했고, 시골집에서 주는 밥이라고 맛있어 해주었다. 그 덕에 도시로 출가했던 자식들도 돌아와 여전히 품안의 내 자식으로 살아주고 있었다. 농사를 짓던 그 옛날에는 만져보지도 못했던 큰 돈을 늘그막에 벌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뭐 볼 것도 없는 시골 식당에, 돈도 들이지 않은 마당에 지붕만 있는 식당에 와주는 손님께 고마움을 표시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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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도 맘껏 퍼드시라고, 주인 눈치 보지 말고 맘껏 드시라고 셀프찬을 만들었고 석쇠불고기 양도 한웅큼 더 넣어드렸다. 제주산 은갈치도 조각이 아니라 한 마리 통으로 구워서 내주기로 했다. 그렇게 인심을 보탰더니 손님이 더 늘었다. 주말에는 근처에 유명한, 깨끗한, 풍경좋은 식당도 많건만 우리집에서 먹겠다는 대기 손님이 수십팀이 있을 정도가 되었다.




KakaoTalk_20241210_154926062_21.jpg 석쇠 두판을 둘이서 먹기엔 양이 너무 많다.


선의는 구르면 커진다는 말,대로였다.

그렇게 우리 집은 가족이 사는 공간이자, 모든 가족에게 평생 직장이 되어 주었다.





8.jpg 남들이 도시에 월세살이 할 때, 내 집에서 무월세 장사를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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