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최고의 식당 중에 하나가 만두전빵이다. 행당동의 교회 뒷골목에서 9평짜리 작은 식당을 할 때, 요리선생이 가자 해서 가본 적이 있었다. 만두전골이 만원이었는데 만두가 열알이 들었다. 그게 아마 2010년인가 그랬다. 그리고 몇 년 후 우연히 택시를 타고 지나가는데 만두집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상호는 달랐는데 내 촉은 아마 그 집이 확장이전을 했을거란 추측이 들었다. 전통손만두집 간판이 만두전빵이라고 변했고, 가게도 택시 안에서 봐도 커보였다. 더 신기한 우연은 그 만두전빵 앞에 초밥집을 차렸고, 그 덕분에 사장님을 알게 되어 지금까지 인연 중이다. 그게 아마 2014년인가 그랬다.
식당이라기 보다는, 가정집에 놀러온 느낌이 들게 철마다 가게를 꾸민다.
남편은 냉면을 좋아하고, 아내는 만두를 좋아해서 메뉴는 2가지였다.
전통손만두를 할 때의 메뉴는 기억나지 않는다. 가게가 너무 작았고, 그 작은 가게에 손님이 꽉 차서 정신없이 먹은 기억밖에 없다. 만두전빵은 만둣국도 팔았는데 우리와 함께 가족여행으로 사이판을 다녀왔고, 그때 사장님이 직원들 편의를 위해 주방이 수월하게 만두전골(테이블 조리 방식이다)만 팔라고 했는데 매출에 전혀 영향이 없음을 여행 후에 확인하시곤 단칼에 메뉴에서 빼버렸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참 간단하게 결정을 내리셨다. 만둣국은 1인분으로 끓여야 하니 주방이 덥다. 만두전골은 최소 2인분부터에 홀 조리방식이니 주방운영은 수월해진다. 그렇게 주방의 수고를 줄인 만큼, 푸짐한 전골로 손님들에게 베푸니 단골은 하루가 다르게 늘었다.
'집밥같은 만두'는 필자의 카피다. 처음엔 '맛없는 만두'였었다.
좌식이었던 테이블을 입식으로 바꾸면서 13개의 테이블을 11개로 줄였고, 코로나에 거리두기로 팔면서도 매출이 전혀 줄지 않음을 깨달은 사장님은 결국 팬데믹과 함께 테이블을 9개로 줄여버렸다. 테이블이 준 만큼 손님의 공간이 넓어지니 먹는 입장에서는 특별히 고맙다. 대개의 줄 서는 식당은 그 틈을 노려 테이블을 빼곡히 채워, 본의 아니게 직각허리로 음식을 먹는 경험을 하게 해준다. 참 사나운 욕심이다.
매일 시장에 들러 장을 본다. 시장에서 제일 좋은 물건으로만 비싸도 선택한다.
테이블을 줄이면서 매출이 더 올랐다고 하셨다.
5~6천이던 매출이 7~8천으로 늘었다고 좋아하셨다. 반대로 성실신고의 대상이 되는 것을 염려도 하셨다. 그러나, 대를 이어 물려줄 식당에 세금을 걱정하는 건 어리석은 결정이라는 판단에 매출을 더 올리는 방법에 집중하셨다. 바로 냉동만두 판매를 스톱하고, 생만두로 파는 결정이었다. 냉동만두는 일부러 만두를 얼려 싸게 팔았다. 남은 만두가 아니라, 멀쩡한 만두를 얼려서 쟁여두고 싸게 파는 전략이었다. 그걸 버리고, 생만두로만 포장하니 홀 가격과 다름이 없었다. 당연히 매출은 올랐다. 당장의 판매량은 냉동보다 떨어졌지만, 매출은 오히려 올랐고 더 나아가 생만두의 품질은 홀에서 먹는 그것과 다름이 없기에 손님들의 만족도는 더 높아져, 결국 냉동으로 팔 때보다 판매량도 훌쩍 뛰어 넘게 되었다. 어느덧 매출이 1억을 오간다고 하셨다. 테이블 9개에서 말이다.
흑백요리사의 심사를 본 안성재 쉐프가 “혼자만 알고 싶은 맛집”이라고 숏츠를 올렸단다. 그 덕에 안그래도 바쁜 식당이 더 바빠졌단다. 저녁 6시에 대기를 건 손님까지만 받을 수 있다고 했다. 1시간 정도 끝대기가 빨라진 셈이다. 사실 이미 만두전빵은 9개의 테이블로 월매출 1.5억을 완성한 지 오래였기에 대기손님이 빨라진 건 큰 일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고무적인건 손님층이 확 젊어졌다는 사실이다. 아무래도 이번 흑백요리사는 젊은 층에서 폭발적 인기였으니 말이다.
형님이 친히 전화를 주셔서 “복 하나를 연말에 받았어요”라고 하셨다.
흑백요리사 그 덕을 보느라 요새 젊어진 손님 때문에 식당이 더 환해졌다고 하셨다. 젊은 손님들이 먹고만 가는 것이 아니라, 생만두를 포장해가서 부모님에게 드리는 덕에 포장매출이 눈에 띄게 올랐다고 하셨다. 12월은 1.8억도 넘을 듯하다 하셨다.
이제부터가 하고 싶은 말이다. 형님은 “계획대로 내년엔 (여름에도)냉면을 메뉴에서 뺄거다”고 하셨고, “찐만두도 팔지 않을 생각”이라고 하셨다. 놀라운 결정이다. 그걸 팔아도 전혀 지장이 없는 적은 가짓수다. 만두집에서 찐만두를 팔고, 냉면을 파는 거야 대한민국 열에 열둘이 하는 전술 아니던가. 그걸 메뉴가 많다고 할 손님도 없건만, 형님은 오직 만두전골 하나만 파는 집으로 만두전빵의 가치를 만들겠노라고 하셨다. 역시다. 그래서 내가 만두전빵을 특별한 식당으로 손에 꼽는 이유다.
아롱사태전골도 25,000원이라는 저렴함에 놀란다.
핫한 연예인이 들려서 혹은, 유명한 먹방 유투버가 들려서 떡상한 식당들이 있다.
방송에 나오는 맛집 프로로도 마찬가지다. 그때 매출이 치솟아 즐거운 비명에 행복해한다. 그러나 그 기간은 저마다 다르다. 한달 잠깐 반짝인 식당이 있고, 반년 넘게 가는 식당도 있다. 심지어 그 찰나의 기회를 동아줄로 꽁꽁 잡아서 대박집으로 완전히 탈바꿈한 경우가 있다. 그 차이는 다름 아니라 빼기다. 손님이 늘어난 틈을 타서 없던 메뉴를 보태는 집들은 더하기라는 욕심으로 메뉴판을 채운다. 일부러 찾아온 손님에게 하나라도 더 팔겠다는 마음을 흉볼 건 아니지만 그게 메뉴늘리기의 명분이 되어선 곤란하다. 그런 식의 명분이 습관이 되면 결국 10가지가 넘는 메뉴판으로 무색무취한 식당이 될 것이 분명하다.
아들과 딸에게 만두전빵을 하나씩 물려주실 게, 분명하다.
기회가 왔을 때 빼기를 하는 식당이 큰 식당이다.
메뉴를 줄이면 본질이 명확해진다. 본질이 선명할수록 경쟁자가 없어진다. 오직 그거 하나만 파는 집과 여러개 중에 그걸 파는 집은 비교할 가치가 되질 못한다. 싸움의 대상으로도 깜도 안된다. 그래서 그 빼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그걸 이번 기회에 결정하셨다니 역시 큰 장사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