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심을 파셔야 해요
어제 간 시골집도 진짜 시골집이다. 노부부가 살면서 아들과 함께 식당을 하는 집이었다. 바다가 없는 시골에 바다음식을 판다는 게 신기해서 찾아갔다. 따개비밥을 팔았다. 삿갓조개라고 하기도 하고, 제주에선 보말이라고 불리는 그걸 솥밥으로 팔았다. 따개비밥 12,000원. 아내와 두 개를 시켰다. 반찬은 손이 갈 거 별로 없는 6개가 구색으로 나왔다. 그리고 공기밥 그릇에 국이 따라나온 게 전부였다. 참 허전했다. 집에서 50분이나 운전을 해서 온 보람이 전혀 없었다.
나뉜 공간에는 테이블 9개가 빼곡했다. 게다가 메뉴도 많다면 많은 편이었다. 고명을 달리한 솥밥이 4가지였고, 따개비전과 문어숙회를 팔았다. 12시에 모인 손님들은 죄 여자들이었다. 메뉴탓일까? 나이 든 여자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대게는 처음인 것처럼 보였다. 어떤 소문을 어디서 듣고 온건지, 찾아 온건지는 모르겠지만 밥상을 받고 나서의 반응은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시골집밥을 먹으러 온 기대감에 한참 모자란 상차림에 조용히 수근거렸다.
백반집보다 허약한 6개의 반찬과 솥밥에 고명으로 올라간 열몇개의 따개비알을 비볐더니 따개비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여주인은 “반찬으로 나온 나물과 비비시면 맛이 안나요. 그냥 간장에 비벼 드셔야 해요”라고 말을 거들었다. 따개비가 씹히지도 않는 솥밥을 간장에 비벼본들 이었다. 이걸 12,000원을 내고 먹자니 한숨이 나왔다. 살고 있는 시골집 한켠에 테이블 9개를 놨을 뿐이다. 주방의 살림살이를 보진 않았지만 거기에 투자한 돈이 천만원이나 될 리 없었다. 그렇게 만든 식당에서 그처럼 초라한 밥상을 판다는 것이 무슨 연유가 있는 지 묻고 싶을 정도였다.
다시는 갈 일이 없는 식당이었다. 게다가 여주인의 무뚝뚝함은 더 부담스러웠다. 그 먼 곳까지 찾아온 손님에게 귀찮은 듯한 대꾸라니 난망했다. 어제 우리가 일어서기 전까지 9개의 테이블에 5개가 찼으니 그 뒤로도 얼마나 손님이 더 들었을까는 모르지만, 외식이라면 도가 튼 나이든 여자들에게 그 집은 결코 再픽은 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