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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에 굴보쌈

수육에만 보쌈이어야 하나?

by 타짜의 클리닉

삼겹살에 굴보쌈


며칠 전 보쌈을 시켜 먹고 남은 보쌈 속이 있었다. 김치를 추가로 시켰는데 그날따라 양이 많아서 손대지 않고 남긴 보쌈김치다. 건강검진을 마친 기념?으로 저녁에 한잔을 위해 장을 보면서 싱싱한 굴을 한 봉지 샀다. 9천 얼마였다. 두 봉지를 사려다 아내에게 “이것도 많어,야” 그래서 한 봉지 굴을 샀다. 집에 와서 굴을 넣고 김치를 비볐다. 마술이 일어났다. 그만큼 푸짐해졌기 때문이다.



어제 마트엔 수육용 사태살이 없었다. 보쌈집처럼 가브리살로 살까 하다가, 그냥 삼겹살을 사서 굽기로 했다. 삶은 고기에 보쌈김치는 흔한 조합이니, 삼겹살로 구워서 거기에 먹자고 했다. 그리고 정말 맛있게 먹었다. 검진 때문에 3일 식단을 조절한 탓도 있겠지만, 삼겹살에 굴보쌈김치는 끝내줬다.


KakaoTalk_20241202_194937242_03.jpg 삼겹살에 굴보쌈김치



보쌈김치는 아무나 만들지 못한다.


하긴, 김치도 절대 쉬운 건 아니다. 흔할수록, 익숙할수록 맛에 대한 평가가 깐깐하기에 김치가 사실 제일 어려운 음식이다. 김치가 어려운데 보쌈김치는 얼마나 더 어려우랴. 그러나 보쌈용 무?는 상대적으로 쉽다. 김치의 난이도에 비하면, 무는 식당을 하는 주인들에겐 공기놀이 쯤이다. (이런 말을 꺼내는 나는 무를 썰지도 못한다) 그렇다면 김치가 아닌, 무를 이용해 굴보쌈을 만들어보는 거다. 새로운 메뉴로 굴보쌈을 팔라는 소리가 아니다. 시즌이 되었으니 새로운 보조재를 내줌으로써 색다른 맛으로 먹도록 해보자는 소리다.



만두전골이라고 치자.


만두전골과 굴보쌈은 전혀 관련이 없다. 관련이 없지만 만두전골을 시켰는데 상 위에 굴보쌈이 올라간다고 생각해보면 어떨까? 손님들의 얼굴이 어떻겠냐는 말이다. 그걸 굳이 왜 주라는 소리냐고 묻는다면 안주면 된다. 거리의 수많은 식당이 있음에도 내 식당을 선택해준 손님들에게 감사를 할 마음이 없다면 무시해도 된다.

만두집을 3년째 이어가게 해주었으니 이번 겨울에 감사의 뜻으로 내 주머니를 털어서 하루에 5만원쯤 손님들에게 베풀어도 된다. 하루종일 굴김치을 드리지는 못하지만, 선착순으로 10팀 20팀 정도는 굴김치 맛을 보게 할 수 있다. “겨울에도 찾아주신 손님들께 선착순 10팀에게 굴김치 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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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진도 있다.


굴김치에 들어가는 재료비만 받는 거다. 5천원정도 치로 만들자. 식당의 마진은 전혀 붙이지 않는다. 그럼 손님의 눈에는 15,000원어치쯤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걸 5천원에 먹는다면, 손님의 반은 만두전골에도 기꺼이 시킬 것이다. “겨울철 선물로 굴김치 5천원. 주인은 10원도 남지 않아요”

이때 추가로 더 원하는 손님에게 팔 것인가의 문제다. 단언하지만 팔지 않아야 한다. 이걸 파는 순간, 선의는 미끼가 되어 버린다. 호의는 꼼수가 되어 버린다. 이게 중요하다. 겨울이라서 굴이 싸니까, 겨울이라서 굴이 제철이니까 선택한 재료다. 1년 내내 같은 반찬에 먹어준 손님에게 별미의 맛을 선보이고자 함이 목적이다. 거기서 끝이다. 그걸 매출의 도구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도구로 쓰지 않으면 손님은 감사하게 느낀다. 그런 감사가 쌓여야 단단한 식당이 된다. 저절로 발길이 가지는 그런 식당이 된다.



굴김치조차 만들기 어려운 초보라면 그냥 굴을 초장과 내주어도 된다. 1인당 2점씩이라도 맛보게 찬으로 내줘도 되는 일이다. 마음을 표현하는데 적당한 양이 꼭 필요한 건 아니라서다.



안다. 굴을 먹다 탈이 나면 어떡하냐는 걱정을 왜 모를까? 그 걱정이 없는 주인만 해보는 거다. 걱정이 태생적으로 많은 사람은 하는 수 없다. 조금 더 눈치가 빠르다면 굴이 전부가 아니라고 이해할 것이다. 홍합을 사서 홍합탕을 끓여내줘도 된다. 그 홍합도 걱정이라면 아무런 탈이 없을 오뎅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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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 나가보시라. 얼마나 많은 식당이 있는지 끔찍할 것이다.


그 가운데서 기필코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자.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 앉아서 오는 손님만 기다리고, 그러다 운이 없어 그날따라 손님이 없다면 씁쓸하게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자신의 처지를 미리 만나보자. 그 꼴을 마주하고 싶은가? 아니면, 지금은 다행히 손님이 늘 있기에 아무런 걱정 없는 식당이란 안심이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장사가 안되면 뭐라도 퍼줘야 한다.


반대로 장사가 잘되면 뭐라도 주는 게 어렵지 않다. 부자가 더 부자가 되기 쉽다는 뜻이다. 안될 때 주려고 하지 말고, 잘될 때 주는 거다. 그런데 세상은 늘 안될 때 간절해진다. 있을 때 툭,이 훨씬 저렴한데 말이다. 이 글도 툭,이다. 받아들이지 못하건 말건이다. 뼈속 깊이 이해를 시키면서까지 내가 절박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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