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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를 시켰다면 음료는 그냥 줘라

강추위는 외투를 벗기지 못한다

by 타짜의 클리닉

다 계산하게 하지 말지어다.


악착의 끝은 떠남이다. 끝까지 다 받아내려다 손님을 잃는 경우는 흔하다. 2명의 손님이 3개를 먹게끔 유도하지 말고, 2명에게 3개를 먼저 줘보자. 3명에게는 4개를 먼저 주라는 소리다. 그게 덤이다. 덤을 주면 보답한다. 사람은 대체로 착한 마음이 먼저라서다.



손님 2명이 파스타와 피자를 시켰다면, 커피나 음료는 사실 그냥 줘야 한다.


그 정도는 서비스로 베풀어도 식당이 손해보지 않는다. 만일 그 손해가 정히 싫다면 그 값을 포함해서 피자와 파스타에 가격을 매겨두면 된다. 손님도 대충 눈치는 채지만, 그 액수가 원가 정도를 업,한 느낌이라면 기꺼이 지갑을 연다. 비싸다고 절대 외면하지 않는다.



KakaoTalk_20241128_041718277_03.jpg 커피도 4,500원을 줘야 했다.



8~90년대의 경양식집에선 스프도 주었고, 후식 커피까지 주었다. 그게 그때는 코스의 일부분이라서, 경양식집이라 주는 서비스였지만, 그래서 지금은 굳이 그렇게 주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었지만, 사실은 그래서 지금은 더 잘 주어야 한다. 8~90년대의 식당보다 훨씬 더 많은 경쟁자들이 살고자 발버둥치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까지 알아야 한다. 코로나 때보다 더 못한 장사환경이라고 명분을 삼아본들이다. 그 명분이 내 재산을 지켜주지 않는다. 경쟁이 심할수록 잘 주는 집만 살아남는다.



반대로 경쟁이 없는데도 잘 준다면 어떨까?


근방에 식당이 없는 독점상권임에도 넉넉한 인심을 보여준다면 손님은 어떤 맘을 먹을까? 손님이 없어서 잘 주는 식당과 손님이 많은데도 잘 주는 식당이 있다면 어디가 진짜라고 손님들은 판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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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대비 양이 많은데, 커피라는 포인트를 못 잡는다.



식당 여러개를 하니까 더 잘줘도 된다.


버는 곳이 많으니 여유가 당연하다. 그걸 손님에게 보답할수록, 그 식당 여러개는 모두 안전해진다. 식당 하나를 오래 했어도 마찬가지다. 오래할 만큼 살아남게 해주었으니 처음 온 손님에게도 잘해도 된다. 그 손님도 결국 오래보게 될테니 말이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개념이다.

거기에 나는 가격을 손댔다.

미리 더 받을 가격을 제시했다.


잘 주기 위해서 더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은 문턱이 높다고 여기겠지만, 결국은 조금 더 써도 그 집이 더 낫다는 인정을 하게 된다는 것을 십수년의 경험으로 확실히 이겨냈다.



제법 괜찮은 브런치카페가 있다.


하나는 계룡에 있고, 하나는 세종에 있다. 둘 다 음식과 커피는 따로 받는다. 하지만 다른 게 있다. 계룡은 음식 2개를 주문하니 “커피는 안 하세요?”라고 물었고, 세종은 더 시키라는 권유가 없었다. 가만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이 있다. 계룡은 그 권함으로 인해서 4,500원짜리 커피 한잔을 더 팔았지만 빈정이 상했다. 그 빈정은 커피의 원가를 따지게 하였고, 음식 2개에 3만원이 넘게 주문한 손님에게 원가 500원쯤인 커피를 기어이 팔려했다는 사실에 악착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 기분 때문에 아마도 오랫동안은 그 브런치카페는 찾지 않을 게 분명하다.


KakaoTalk_20241128_041718277_07.jpg 외졌는데 제법 손님이 많다.



고기집들이 보여주는 나쁜 작태가 바로 그거다.


추가로 시킨 고기엔 고기만 준다. 첫 2인분에는 온갖 반찬을 깔아주면서 고기추가엔 딸랑 고기만 준다. 이득을 거기서 뽑겠다는 거다. 하지만, 손님도 만만치 않다. 고기만 내고 추가를 하기엔 억울하니 추가 주문을 멈춘다. 그리고 옆 고기집으로 자리를 옮긴다. 혹은 2차로 감자탕이나 아구찜으로 가게 자체를 바꾼다. 만일 고기 추가에도 첫반찬 깔아줌에 준하는 이득을 보여준다면 굳이 번거롭게 자리를 옮기지 않을 확률이 높을 거라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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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메뉴에 가격을 매겨야 한다.

그건 마땅하다.

그래놓고 그냥 주는 거다.


많이 시킨 손님에게는 보너스로 주는 거다. 공기밥 몇 개를 기어코 다 받아내지 않아도 되고, 음료수 몇병을 서비스로 준다고 식당이 망하지 않는다. 그렇게 기분 좋게 먹게끔 해줘야 한다. 그래야 또 올 마음을 먹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만난 그날 그 손님의 지갑을 최대한으로 빼앗으면 절대 그 손님은 후일이 없다. 오래 와야 한다. 오래 와야 다른 손님을 새끼 칠 시간이 생기는 법이다. 양심을 속이지 않네 하는 말 따위를 할 필요 없다. 마음으로 팝니다 같은 웃기는 짬뽕 같은 다짐을 할 이유도 없다. 그 자리에서 보여주는 거다. 그 손님이 오늘 처음이어도 괜찮다. 가리지 마라. 몇 번 오면 그땐 그렇게 해줄게, 따위를 옳다고 생각하지 마라. 처음이 만족해야 두 번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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