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추위는 외투를 벗기지 못한다
악착의 끝은 떠남이다. 끝까지 다 받아내려다 손님을 잃는 경우는 흔하다. 2명의 손님이 3개를 먹게끔 유도하지 말고, 2명에게 3개를 먼저 줘보자. 3명에게는 4개를 먼저 주라는 소리다. 그게 덤이다. 덤을 주면 보답한다. 사람은 대체로 착한 마음이 먼저라서다.
그 정도는 서비스로 베풀어도 식당이 손해보지 않는다. 만일 그 손해가 정히 싫다면 그 값을 포함해서 피자와 파스타에 가격을 매겨두면 된다. 손님도 대충 눈치는 채지만, 그 액수가 원가 정도를 업,한 느낌이라면 기꺼이 지갑을 연다. 비싸다고 절대 외면하지 않는다.
8~90년대의 경양식집에선 스프도 주었고, 후식 커피까지 주었다. 그게 그때는 코스의 일부분이라서, 경양식집이라 주는 서비스였지만, 그래서 지금은 굳이 그렇게 주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었지만, 사실은 그래서 지금은 더 잘 주어야 한다. 8~90년대의 식당보다 훨씬 더 많은 경쟁자들이 살고자 발버둥치는 세상이 되었다는 것까지 알아야 한다. 코로나 때보다 더 못한 장사환경이라고 명분을 삼아본들이다. 그 명분이 내 재산을 지켜주지 않는다. 경쟁이 심할수록 잘 주는 집만 살아남는다.
근방에 식당이 없는 독점상권임에도 넉넉한 인심을 보여준다면 손님은 어떤 맘을 먹을까? 손님이 없어서 잘 주는 식당과 손님이 많은데도 잘 주는 식당이 있다면 어디가 진짜라고 손님들은 판단할까?
버는 곳이 많으니 여유가 당연하다. 그걸 손님에게 보답할수록, 그 식당 여러개는 모두 안전해진다. 식당 하나를 오래 했어도 마찬가지다. 오래할 만큼 살아남게 해주었으니 처음 온 손님에게도 잘해도 된다. 그 손님도 결국 오래보게 될테니 말이다.
잘 주기 위해서 더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은 문턱이 높다고 여기겠지만, 결국은 조금 더 써도 그 집이 더 낫다는 인정을 하게 된다는 것을 십수년의 경험으로 확실히 이겨냈다.
하나는 계룡에 있고, 하나는 세종에 있다. 둘 다 음식과 커피는 따로 받는다. 하지만 다른 게 있다. 계룡은 음식 2개를 주문하니 “커피는 안 하세요?”라고 물었고, 세종은 더 시키라는 권유가 없었다. 가만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이 있다. 계룡은 그 권함으로 인해서 4,500원짜리 커피 한잔을 더 팔았지만 빈정이 상했다. 그 빈정은 커피의 원가를 따지게 하였고, 음식 2개에 3만원이 넘게 주문한 손님에게 원가 500원쯤인 커피를 기어이 팔려했다는 사실에 악착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 기분 때문에 아마도 오랫동안은 그 브런치카페는 찾지 않을 게 분명하다.
추가로 시킨 고기엔 고기만 준다. 첫 2인분에는 온갖 반찬을 깔아주면서 고기추가엔 딸랑 고기만 준다. 이득을 거기서 뽑겠다는 거다. 하지만, 손님도 만만치 않다. 고기만 내고 추가를 하기엔 억울하니 추가 주문을 멈춘다. 그리고 옆 고기집으로 자리를 옮긴다. 혹은 2차로 감자탕이나 아구찜으로 가게 자체를 바꾼다. 만일 고기 추가에도 첫반찬 깔아줌에 준하는 이득을 보여준다면 굳이 번거롭게 자리를 옮기지 않을 확률이 높을 거라는 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많이 시킨 손님에게는 보너스로 주는 거다. 공기밥 몇 개를 기어코 다 받아내지 않아도 되고, 음료수 몇병을 서비스로 준다고 식당이 망하지 않는다. 그렇게 기분 좋게 먹게끔 해줘야 한다. 그래야 또 올 마음을 먹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만난 그날 그 손님의 지갑을 최대한으로 빼앗으면 절대 그 손님은 후일이 없다. 오래 와야 한다. 오래 와야 다른 손님을 새끼 칠 시간이 생기는 법이다. 양심을 속이지 않네 하는 말 따위를 할 필요 없다. 마음으로 팝니다 같은 웃기는 짬뽕 같은 다짐을 할 이유도 없다. 그 자리에서 보여주는 거다. 그 손님이 오늘 처음이어도 괜찮다. 가리지 마라. 몇 번 오면 그땐 그렇게 해줄게, 따위를 옳다고 생각하지 마라. 처음이 만족해야 두 번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