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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백은 끌리는 메뉴다

자양동 송림식당

by 타짜의 클리닉


불백집에 선지국(송림) 김치찌개(유성, 세호) 그리고 된장찌개


불백이라 하면 내 기억에 최고의 식당은 자양동 송림기사식당이다. 25살 고려당을 다닐 때 사수가 데리고 갔던 집이니 벌써 30년 전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문전성시다. 번듯한 건물로 지어진 지금보다 당연히 그때의 공간이 훨씬 더 맛있다. 송림의 불백엔 셀프로 맘껏 퍼다 먹는 선지국이 있었다. 거기에 기사식당답게 공기밥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으니 하루에 한끼로 버티던 시절엔 최고의 천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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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도 내가 좋아하는 식당은 불백집이 1순위다.


도시마다 여행을 떠날 때 검색하는 것이 불백집이다. 그게 마땅찮을 땐 제육볶음집, 주물럭집이 된다. 대전에는 유성불백이 있다. 그리로 세호불백도 있다. 상호를 노출할 정도로 주인을 아는 건 아니다. 그냥 팬심에서다. 둘 다 불고기에 김치찌개를 내준다. 1타2피라는 소리다. 양이 적은 김치찌개가 아니다. 둘이서 먹기에 충분한 김치찌개를 내준다. 그 값을 포함해도 1인분 12,000원이다. 유성은 고기를 바삭하게 구워서 내주고, 세호는 송림처럼 주물럭?을 테이블에서 볶아야 한다. 그러니 불고기의 질감은 당연히 다르다. 내 취향은 송림을 추앙하기 때문에 세호가 더 낫다. 하지만 서대전에서 유성으로 이사를 한 탓에, 세호는 이제 멀어졌고 유성불백을 주로 찾는다.



KakaoTalk_20241202_123914546_07.jpg 구워져 나오는 고기는 쌈이 필요하다. 쌈으로 포인트를 잡아야 한다.


김치찌개가 아닌 된장찌개를 주는 유성불백을 봤다.


고기는 주방에서 구워 내주고, 큼직한 김치찌개 대신에 1인당 된장찌개를 줬다. 단박에 유성불백을 카피해 업그레이드한 버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메뉴도 유성처럼 단일메뉴다. 고기접시는 누가봐도 유성의 그것이다. 정갈한 반찬그릇도 공을 들였다. 중국산도 있었지만 비싼 일본 그릇도 끼어져 있었다.



KakaoTalk_20241202_123914546_08.jpg 1인당 된장찌개라 놀라웠다.


김치찌개까지 먹고 싶다면 유성불백을, 된장찌개와 먹는 불고기백반이 좋다면 그 집을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아쉽다. 1호짜리 뚝백기에 담긴 된장찌개 2개는, 유성불백의 2인분 김치찌개 만큼의 임팩트가 없다. “우리 이거 안시켰는데요?”라고 말이 나오지 않는 카피다. 카피의 방향은 좋았지만 결과까지는 아쉬움이 생기는 모자람이다. 1호짜리 뚝배기를 2호짜리로 쓴다고 모자람을 채울까? 아니다. 그럴 필요는 없다. 이 문구 하나면 된다. “된장찌개는 계속 리필됩니다”라고 써두면 끝이다. 그렇다면 김치찌개파와 된장찌개파로 손님이 갈릴 것이다. 김치찌개가 먹고 싶은 날은 유성을 찾고, 된장찌개가 생각나는 날에는 이 집을 찾게 될 것이다.



KakaoTalk_20241202_123914546_13.jpg 혼자서 서빙을 하니, 손님이 많을까 걱정이다.


사족이지만, 테이블이 25개쯤 되는 규모였는데 홀이 혼자였다.


규모를 그렇게 크게 하기엔 주차여건도 그렇고, 주변 사무실, 아파트도 없는데 의외였다. 하여간 손님도 1인당 주는 된장찌개의 매력을 안 탓인지 허허벌판의 식당치고는 점심이 빨랐다. 건강검진을 마치고 11시 20분에 들어갔는데 금새 반 넘게 손님이 채워졌다. 12시에 나왔기에 뒤는 모르지만 25개의 테이블은 무난히 채워졌을 듯 하다. 그러나 그 많은 테이블을 혼자 서빙해야 하는 이모의 표정이 어떨지 보지 않아도 머리에 그려진다. 내 눈에는 이미 시작부터 지쳤던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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