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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는 시집 보내자

수제비만 파는 삼척수제비

by 타짜의 클리닉

칠보와 신다리 가운데니 수제비만 팔자.


8년전 ‘터미널에 내리면 스무걸음’ 삼척수제비.집을 차렸다. 그만큼 터미널에서 가까이 식당을 차렸다. 2년 후 맹방해수욕장 근처 너른 가게로 옮겼다. 그리고 6년이 지나 다시 삼척시내로 가게를 옮기게 되었다. 터미널에선 수제비만을 팔았고, 경험이 쌓인 후 맹방에선 칼국수까지 팔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주로 관광객인 손님들에게 그 정도의 선택지는 나무랄데 없었다. 하지만, 이제 시내에서의 싸움?이다. 거기서 이겨내려면, 살아남으려면 이제 칼국수는 팔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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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간결하고 신뢰가 가는 메뉴판이다.


칠보식당은 칼국수 하나만 판다.


시그니처 메뉴 만두칼국수가 있고 가격도 8천원으로 착한 편이다. 게다가 영업을 3시까지만 한다. 열 개 남짓한 테이블을 엄마를 이은 딸이 운영하는 식당이라는 스토리가 있다. 신다리는 국수전문점이다. 비빔국수와 냉면을 파는 집이다. 거기에 장칼국수까지 있다. 메뉴는 여러 가지지만 해낼 능력이 되는지라 타지에서도 삼척에 오면 인증샷을 해가는 식당이다. 역시 마찬가지로 가격이 싼 편이다. 6~7천원이면 먹을 수 있다. 다행히 이 두 개의 유명식당이 수제비는 팔지 않아서 고마울 지경이다. 삼척수제비가 얻는 가게 위치가 하필이면 중간이다. 칠보가 위에 신다리는 아래에 있다.


KakaoTalk_20241206_151441926_04.jpg 노포는 세월을 먹는 맛이다.




짬뽕은 없어요.라고 간판처럼 쓴 돌짜장집들처럼


“칼국수는 칠보로 가세요”라고 써야 한다. 그리고 수제비만 팔아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그래야 손님들이 “역시 삼척사람이라서 마음씨가 착해”라고 입소문을 보태줄 것이다. 칠보도 경쟁자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칼국수는 칠보로, 비빔국수는 신다리로 가라고 메뉴판에 써두어야 한다. 그래야 수제비 손님이 는다. 사람들은 착함에 마음이 끌리는 법이라서다. 맹방에서 칼국수도 6년 팔았다고, 칠보를 이기진 못할 것이다. 대를 이은 딸이 운영하는 칠보의 스토리가 삼척시내에서 제법 먼 거리인 20분 맹방의 6년에 밀리지는 않을 것이다.



부산 남포동에 유명한 완당집이 있다.


동네사람은 잘 가지 않는다지만, 외지인들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성지 같은 곳이다. 그 옆 집에 완당을 차렸던 사람이 있었다. 자신의 음식솜씨가 훨씬 더 뛰어나다는 착각에, 음식은 스토리의 힘이 더 강하다는 것을 망각하고 덤볐다가 나락을 경험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사람이 있었다. 물론, 구해준 이는 나,였다. 완당이 아닌 당신만의 우동으로 승부하라는 훈수로 인생이 역전된 사람이 있었다.


KakaoTalk_20241206_151544147_20.jpg 멀수록 가격 저항은 덜하다.



삼척수제비가 시내로 들어가면서 칼국수는 미련없이 던져야 한다.


칠보는 칼국수, 신다리는 국수랑 냉면, 삼척수제비는 오직 수제비로 선택 되어져야 서로 상생도, 유명해질 수도 있다. 어쩌면 이미 자리를 잡은 두 식당에 삼척이 끼어들어가는 꼴이라 외려 영광일지도 모른다.

수제비 하나만 팔기에 이제 김치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김치 때문에라도 오게끔 까지는 못하더라도, 김치맛도 좋은 수제비집으로 인정을 받아내어야 한다. 8년의 경험치고는 엊그제 먹은 겉절이는 많이 아쉬웠다. 이제라도 손을 봐야 한다. 살기 위해서라고 쳐도 좋다.




칠보와 신다리보다 비싼 가격은


해물수제비라는 명목만으로 이겨낼까 이 또한 걱정이다. 손님은 그렇게 분석적이고 냉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히 가격만 놓고 따졌을 때를 예측하여 방어해야 한다. 기존에 팔고 있던 사이드를 손님에게 내어줌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어야 한다. 무려 11,000원을 받던 음식이니 말이다.



KakaoTalk_20241206_151544147_14.jpg 시내로 가면 비싼 가격이 될 수도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영업시간이다. 칠보는 3시까지, 신다리는 6시까지 문을 연다. 그렇다면 삼척은 몇시까지여야 좋을까? 이건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수제비를 저녁에도 먹을 수 있다. 저녁에도 먹게끔 상차림을 바꾸면 못할 것도 없다. 바로 곁들임으로 팔던 고추장불고기가 답이다. 곁들임이던 메뉴를, 수제비가 저녁에도 팔리게 돕는 미드필더 역할로 생각을 바꾼다면 이상한 일이 생겨날지도 모를 일이다. 그걸 푸는 건 3인분이다. 3그릇의 수제비다. 가격을 천원씩 할인해서 싸우기보다 그걸 원가로 써서 더 큰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지금까지 옳았다. 점심에 3명이 가도 좋고, 저녁은 저녁대로 3명이 가면 좋은 삼척수제비로 컨셉을 갖춘다면 칠보와 신다리 사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될는지 모른다. 자연스럽다는 건 인정한다는 뜻이다. 스토리가 있는 칠보와 맛으로 유명한 신다리 사이에, 삼척수제비는 컨셉으로 한 자리를 차지해서라도 삼총사가 된다면 얼마나 다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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