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속 막다른 길에 시골집 식당
계룡은 유성에서 3~40분 거리다.
동학사 가는 길에서 꺽어지면 한적한 국도라 드라이브하는 맛이 난다. 그래서 고속도로 대신에 그 길로 계룡과 논산을 자주 간다. 오늘도 카카오지도를 펼치고 계룡 맛집을 검색했다. 순서는 정해졌다. 상호에서 드러나는 대표메뉴가 먼저 끌려야 하고, 그게 끌린다면 메뉴판에 메뉴가 몇 개인지를 살핀다. 많으면 무조건 탈락이다. 나는 적은 메뉴를 가진 식당만 가보는 사람이다. 게다가 영업시간이 짧다면 최고의 식당이다. 그렇게 골라낸 후 최종 확인은 주차가 가능한가다.
오늘 선택한 식당은 “천마산장독대와 보리밥”이라는 상호였다.
위치가 귀신같았다. 산길 끝에 있었다. 그 식당을 끝으로는 길이 없었다. 그렇게 구석진 곳에서 장사를 한다면 반드시 특별함이 있는 법이다. 간판도 볼 수 없는 위치에 식당을 냈다면 아예 바보거나, 아니면 한가락 솜씨를 가졌다는 뜻이다.
청국장보리밥과 된장찌개보리밥이 겨우 8천원이었다.
정갈하게 비빔 나물이 나오면서 뚝배기에 담긴 사진으로도 맛이 장금이쯤 될 거 같았다. 거기에 맛보기 수육까지 내준다니 놀라웠다. 우리가 시킨 메뉴는 “사계절 추천메뉴 꼬막비빔밥”이었다. 된장찌개 포함이라길래 주저 않고 그걸 시켰다. 왜 사계절 추천인지 알 거 같았다. 대체로의 꼬막덮밥은 꼬막 몇알을 올려주곤 끝이다. 보름전 대청호길에 들린 시골집 개조식당에서도 따개비밥에 따개비 20알이 전부였다. 허접한 나물반찬 6개와 작은 국그릇에 멀건 된장국이 전부였다. 그러곤 12,000원을 받았다. 그런데 여기는 만원에 꼬막이 수북했다. 2인용으로 따로 큰 쟁반에 담긴 꼬막은 굳이 셀 필요가 없었다. 아내와 나는 밥을 다 먹을 때까지 꼬막의 맛에 행복할 수 있었다. 그만큼 넉넉히 꼬막을 담아 주었다. 만원에 이렇게 주고 남을까 싶었다.
된장찌개는 푸짐했고 그것만으로도 줄을 설 만한 맛이었다.
여간한 솜씨가 아니었다. 거기에 직접 담근 것이 분명한 시골김치는 시원하기 그지없었다. 어쩜 그렇게 손이 매울까 싶었다. 곁들임으로 시킨 두부두루치기도 황홀했다. 내가 1번으로 치는 두부맛집 광천식당과는 달랐지만, 그동안 대전에서 먹어본 수십곳의 두부두루치기 중에선 최고였다. 그것도 겨우 만원이었다. 보리밥을 시키고도 얼마든지 시킬만한 가격이라 멋졌다. 식당공부를 한 듯함은 없었는데, 타고난 장사꾼인가 싶을 정도로 가격이 쌌다. 아마도 그 외진 곳까지 찾아주는 손님에 대한 보상인 듯 했고, 시골집을 개조해서 만든 투자라 이익을 덜 보기로 애초에 작정한 듯도 해보였다.
무엇보다 아내 역시 내가
“올해 가본 식당 중 여기가 최고다”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내도 같은 결론이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1시반이 넘었다. 그 시간에도 열몇개의 테이블은 3개가 겨우 비었다. 도대체 거기까지 어떻게 알고 왔을까 싶은 다양한 손님층이었다. 노부부도 있었고, 요샌 보기 힘든 삼대 7명 테이블도 있었다. 갓 스물이 넘은 듯한 연인도 보였고, 줌마들 넷은 낮술로 끝장을 보기라고 할 것처럼 맥주를 비웠다. 그 산속 식당에 그만한 손님이 차기까지 얼마나 고생한 나날이었는지 나는 익히 짐작한다. 내가 만든 허허벌판의 가든들도 다 그랬기 때문이다.
며칠 후 곧바로 청국장을 맛보러 갈 생각이다.
그때는 곁들임으로 돼지두루치기를 시켜볼 생각이다. 그리고 또 며칠 후, 두부전골을 먹으러 갈 생각이다. 파전에 육전도 먹으러 한번 더 갈 생각이다. 그만큼이다. 올해 식당수업을 위해 갔던 200개가 넘는 식당 중에서 이 곳이 최고,다. 그동안 1번이었던, '남천내집'을 꺽을 정도로 최고로 치는 식당을 3일 남기고 찾아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