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의 끝도 퇴사다

내가 차린 직장에 대한 이야기

by 타짜의 클리닉

좋은 직장을 다니지 못해 연금이 없는 걸

오십이 넘어 후회할 거 없다. 그들이 편하게 연금을 타먹을 때, 나는 맘 편하게 연금만큼 벌면 된다. 연금만 타 먹으면 사실 부족하다. 하루의 지루함도 여전하다. 먹고는 살지만 생기가 없을리 없다. 연금으로 먹고사는데 누굴 만나기도 힘들어서다. 하지만, 내 평생직장이 있다면 손님이라는 사람을 매일 만나고, 운 좋은 날은 하루 20만원도 벌어내니 생기는 덤이다.



길동씨는 현재 전세 4억에 살고 있다.

퇴직 후 6개월째 쉬는 중이다. 아직은 더 쉴 여력도 있고, 아내도 눈치가 없다. 그런데 길동씨가 걱정인 것은 하루의 지루함이다. 하루가 너무 길다. 아침에 운동도 2시간씩 오래 하고, 늦게 배운 운전으로 멀리까지 가서 점심을 먹고 들어오면 오후 3~4시가 된다. 직장을 다녔다면 이른 퇴근에 반가울 시간이지만 길동씨는 이후의 시간 보내는 것에 부담을 가진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은 9시 취침이다. 하지만 일찍 잔 만큼 새벽에 일찍 깨니 하루가 긴 것은 별반 차이가 없다. 그래서 길동씨는 전세기한에 맞춰 2층집을 구할 계획이다. 1층에 식당을 하고, 2층에 살림집으로 쓸 상가주택을 슬슬 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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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에는 집 따로, 상가 따로 일 필요 없다.



길동씨의 나이는 55세다.

은퇴자의 관점에서는 젊다면 젊은 나이지만, 퇴직 후 재취업시장에서 55세는 관심이 없는 나이다. 결국 길동씨도 무난한 취업은 몸 근육이 필요한 택배나 배달쪽이다. 하지만, 길동씨는 평생 몸을 움직여 일해본 적이 없어서 잘할 자신이 없다. 닥치면 하겠지만 되도록 그런 일은 피하고 싶은 마음이다. 벌이도 좋지만 55세에 감정노동에 슬픔의 술잔을 기울이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다. 그러자 아내가 무심하게 말을 던졌다. “그렇게 하고 싶던 작은 식당을 한번 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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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닥치면 다 해내는 사람이었다.

그 일이 뭐든 간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일이라면 가리지 않고 일했다. 주방설거지며 홀 서빙, 야간에 찜질방 청소 심지어 노상에서 동태도 팔았다. 그 일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다면 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아내의 논리는 간결했다.

“식당을 해서 경비 월급만큼만 번다 생각해요. 그럼 못할 거 뭐 있어요. 하루에 4~50만원만 팔아도 그 월급은 될 거에요. 사람을 왜 써요. 그냥 우리 둘이서 하면 되지. 나 일 잘하는 거 알잖아요. 외려 당신이 굼뜰까 걱정이지.”



4억을 움켜쥐면 집이야 건사하겠지만,

반드시 재취업을 해야 했다. 전세 4억은 생활비에 보탬이 될 이자도 만들지 못하고, 그렇다고 5년 후에 5억이 되는 것도 아니다. 전세,라서다. 지금 사는 곳에서 이사를 한다면 평수를 줄이면 된다. 좀 오래되어 싼 구축으로 옮기면 평수도 줄지 않는다. 혹은, 빌라로 옮겨도 그만이다. 그런 결정을 하면 1~2억이 생긴다. 그렇게 생긴 돈으로 작은 식당을 차리는 건 충분했다. 이미 식당으로 꾸민 곳을 얻어도 1억이면 충분했다. 만일 입지를 조금 더 양보(어차피 유동량에 기대어 장사를 할 게 아니니) 한다면 5~6천으로도 20평쯤 식당을 차릴 수 있다.



20241226_110529.png 상가주택은 작다. 큰 벌이는 사실 어렵다.


그러나 길동씨는 집 따로, 가게 따로 보다는

함께인 2층짜리 상가주택을 통으로 임대하기로 결정했다. 상권이 약한 동네일수록 쌌고, 입지가 뒷길 일수록 매매가도 길동씨의 전세금이면 남았다. 아무리 상권이 약해도 사람이 사는 동네라면 하루 10팀쯤의 손님은 받을 수 있다. 아무리 자리가 외져도 목표치가 하루 10팀인 주인에게는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100명이 달려서 등수 안에 들기를 거절하고, 5명이 달려서 3등을 하겠다는 사람을 누가 무엇으로 이길 것인가. 이미 한 줌의 크기에도 만족한 사람에게 뭐가 더 필요할까. 경비로 감정노동과 육체노동을 동시해 갈아가면서 버는 2백얼마에 4억짜리 전셋집이 그대로인 게 정말 더 나은 노후일까? 길동씨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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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도 언젠가는 나와야 한다.

평생 내 직장은 내 집이다. 내 집에서 쫒겨나는 사람은 없다. 좋은 회사를 다니지 못해 받지 못하는 연금 300만원도 얼마든지 내 힘으로 번다면 내 노후가 더 빛날 것이다. 인생은 만족의 싸움이다. 비교를 해도 나보다 못한 사람과 비교를 해야 힘이 난다. 오르지 못할 나무와 비교해서 셀프로 불행과 친구를 맺을 필요는 없다. 집을 팔면 평생의 내 집이 생긴다. 아이러니가 아니다. 그게 틈이고 기회이자 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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