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은하 Sep 01. 2023

토토의 쓸모

내 배달 속도가 빨라진 이후에도 아저씨의 주름은 좀처럼 펴지지 않았어요.

 “바쁜데 메뉴 좀 통일시키지.”

 아저씨는 손님의 주문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내 가방을 거칠게 열었어요.

 ‘아얏.’

 아저씨는 가방을 쾅 닫고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다정한 말도 잊고 나를 출발시켰어요.

 꼬리를 흔들 수 없어 조금 서운했지만 아저씨가 바빠서 그렇다는 걸 나는 알아요.

 “아참, 깜박했네. 토토.”

 아저씨는 나가는 나를 불러 세웠어요.

 그럼 그렇지, 아저씨는 내게 다정한 인사를 하려는 거예요.

 나는 꼬리를 흔들며 아저씨에게 다가갔어요.

 “사람들이 또 늦다고 하면 안 되니까 속도를 조금만 올리자.”

 아저씨는 내 속도를 또 높였어요. 얼마 전에도 속도를 올렸는데 아저씨 마음에 들지 않았나 봐요.

 속도가 이전보다 빨라지자 나는 조금 어지러웠어요.

 마침 쌩쌩이를 타고 오던 아이랑 부딪힐 뻔했어요.

 그러자 아이의 할머니가 내게 조심하라고 소리쳤어요. 할머니의 말소리에 나는 잠깐 멈춰 꼬리를 흔들었어요.

 “이 녀석이 누구를 약올려?”

 할머니가 말했어요. 나는 할머니를 향해 꼬리를 한 번 더 흔들었어요.


 속도가 빨라진 나는 배달을 더 많이 다녔어요. 쉴 틈도 없이요. 나는 조금씩 지저분해졌어요. 흠집도 생기고 안 좋은 냄새도 나기 시작했어요.

 그래도 괜찮았어요. 사람들은 여전히 모니터에 높은 별점을 줬어요. 높은 별점은 나의 쓸모가 좋다는 뜻이에요. 다만 나를 보고 주인아저씨처럼 인상을 찌푸리거나 웃지 않는 사람들도 생겼어요.

이전 05화 낮은 별점을 받은 토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