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참 나, 출발만 하면 되는데 주문 취소라뇨!”
주인아저씨가 전화기에 대고 화를 내고 있었어요.
“무슨 일 있어요?”
부동산가게 사장님이 들어오며 물었어요.
“배달이 늦다고 주문 취소를 하는 주민이 다 있네요.”
아저씨가 나를 흘낏 보며 말했어요.
“그래도 어떡해요? 아파트 주민들이 손님인데 참아야지. 취소된 거 나한테 팔아요. 마침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었는데.”
부동산 사장님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어요.
“충전기 집에서 쉬는 날도 있네요. 전에는 충전할 틈도 없이 배달만 다녔잖아요.”
“처음에만 반짝했던 것 같아요.”
아저씨도 나를 바라보며 말했어요.
“꽤 거금을 줬을 텐데, 손해를 본 건 아니죠?”
“뭐 이제 재미 좀 보나 했죠.”
“그나저나 벌써 저렇게 낡았어요? 자동차 세차하듯 닦으면 다시 새것처럼 보이려나요?”
“얼마나 수시로 닦아야 하는데요. 요즘 바빠져서 배달 중간중간 닦는 걸 좀 소홀히 했더니 금세 낡아 보이네요.”
“요즘에 기능이 업그레이드된 배달 전문 로봇이 나왔다면서요. 간단한 인사도 하고 흠집도 잘 나지 않는 재질이래요.”
부동산 사장님의 말에 아저씨의 주름이 짙어졌어요.
“요 옆 단지 마트에 배달 로봇이 들어왔더라고요. 언제 한 번 가서 볼래요?”
아저씨는 나를 보며 말했어요.
“토토, 이 녀석 아직은 쓸 만해요.”
나는 충전기 집에 있는 것만 아니었다면 꼬리를 마구 흔들었을 거예요.
부동산 사장님이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돌아가자 아저씨는 나를 꺼내 꼼꼼하게 닦아줬어요. 웃는 모습은 아니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