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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하 Sep 01. 2023

아저씨의 실수

“가만히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아저씨는 아이스크림 배달이 줄자 마침내 배달료를 내렸어요.


 ‘로봇 배송 특별 할인!’


 그러자 다시 아이스크림 주문이 많아졌어요. 예전처럼 나는 바빠졌어요. 하지만 며칠 지나자 배달 주문이 다시 줄어들었어요.

 “너의 쓸모를 보여줘 봐.”

 아저씨는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새로운 종이를 가게 문에 붙였어요.


 ‘가게 방문 시 로봇 서빙 무료’


 나는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나르는 일을 했어요. 아저씨는 바퀴 속도를 제일 느리게 낮췄어요. 예전처럼 나를 깨끗이 닦고 보살펴 줬어요.

 나는 굼벵이처럼(며칠 전에 온 손님이 나보고 한 말이에요.) 아이스크림을 나르고 손님에게 꼬리를 흔들었어요. 손님들은 좋아하는 것 같았어요. 모니터에 높은 별점을 줬거든요.

 가게 손님이 늘자 주인아저씨는 테이블을 몇 개 더 놓았어요. 아저씨는 늘어난 테이블 개수만큼 나의 쓸모도 늘어나는 거라고 했어요.

 물론 가끔 아이스크림을 배달하기도 했어요. 그럴 때면 아저씨는 배달을 빨리 다녀올 수 있도록 내 속도를 올려 줬어요.

 하루는 아저씨가 너무 바쁜 나머지 큰 실수를 하고 말았어요. 배달을 다녀온 내 속도를 낮추지 않은 거예요. 아무리 스무 개의 센서가 있어도 그 속도로 장애물을 피하는 건 어려웠어요.

 “우당탕!”

 나는 빠르게 테이블 사이로 지나가다가 의자에 부딪혀 그만 넘어지고 말았어요. 바닥에 부딪힌 가방의 뚜껑이 열리며 그 안에 있던 아이스크림이 엉망이 되었어요.

 “에헤. 토토!”

 주인아저씨가 깜짝 놀라 소리쳤어요. 나는 바닥에 누운 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어요. 바로 옆에 있던 손님이 날 바로 세우려 하자 경고음이 ‘삐삐’ 울렸어요. 가게에 있던 손님들이 귀를 막았어요. 나는 말썽쟁이가 된 기분이 들었어요.

 “손님, 죄송합니다. 새로운 아이스크림을 바로 드리겠습니다.”

 주인아저씨는 아이스크림을 다시 준비하랴, 더러워진 가게를 청소하랴 정신이 없었어요. 뒤늦게 아저씨는 나를 살펴봤어요. 모든 게 괜찮아 보였어요. 가방이 완전히 닫히지 않는 것만 빼고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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