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 하기엔 조금 무더운 날이었어요. 날씨 때문인지 가게 문을 열자마자 손님들이 쉬지 않고 아이스크림을 찾았어요.
하지만 아이스크림 기계가 고장 나 오전 내내 아저씨는 장사를 하지 못했어요. 아저씨는 화가 많이 났나 봐요.
“이 집은 만날 아이스크림 하나만 달랑 시켜. 그것도 제일 바쁜 시간에.”
아저씨는 주문 전화를 끊으며 인상을 찌푸렸어요. 나는 아저씨의 웃음을 되찾아 주고 싶었어요.
나는 다른 날보다 배달을 많이 할 수 있게 노력하기로 했어요.
아이스크림을 싣고 가게를 막 나오니 화단에 물을 주는 경비아저씨가 보였어요. 옆에는 유모차에 탄 아기와 아기 엄마가 그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어요. 화단 주변에는 물이 고여 있었어요. 원래대로라면 고인 물을 피해 다른 경로로 갔어야 했어요. 아니면 물이 튀지 않게 조심해야 했지요. 하지만 나는 다른 길로 가지 않았어요. 조심하지도 않았어요.
“앗 차가워!”
뒤에서 아기 엄마의 놀라는 목소리가 들렸어요. 내 바퀴 때문에 고인 물이 아기 엄마 쪽으로 튀었나 봐요. 하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어요. 나한테 말한 게 아니었으니까요.
조금 더 지나가자 흰색 강아지와 산책 나온 아저씨가 보였어요. 아저씨는 내게 손을 흔들려다가 내 깃발을 보고 손을 내렸어요.
“쨍!”
그런 아저씨를 쳐다보느라 나는 앞에 깡통이 있는 걸 못 봤어요. 내가 한눈 판 건 잘못이지만, 스무 개의 센서도 그렇게 작은 장애물은 인식하지 못해요.
내 바퀴에 부딪힌 깡통이 휙 날아서 하필 흰색 강아지 쪽으로 떨어졌어요.
“깨깽.”
강아지가 깜짝 놀라 울었어요. 강아지의 울음소리에도 나는 멈추지 않았어요. 그리고 뭔가 물컹한 것이 바퀴에 밟혔지만 확인하지 않았어요.
나는 다른 날보다 빨리 아이스크림을 배달할 수 있었어요. 너무 빨리 도착해서 손님이 깜짝 놀랄까 봐 살짝 걱정이 되었어요.
“시킨 지가 언제인데, 이제야 오는 거야?”
하지만 아이스크림을 주문한 아주머니는 화가 나 있었어요. 아주머니 집에도 아이스크림 기계처럼 망가진 게 있었나 봐요. 아주머니의 화난 목소리에도 나는 꼬리를 살살 흔들었어요.
늘 그랬듯이 내 옆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다가오던 아이가 뒤로 물러서며 말했어요.
“엄마, 토토 바퀴에 똥 묻은 것 같아.”
아이가 코를 막았어요.
‘똥?’
나는 깡통에 맞을 뻔한 흰색 강아지가 생각났어요. 아까 밟은 물컹한 것이 그 흰색 강아지 똥이었나 봐요.
“어머나, 더러워라. 여기는 도대체 관리를 하는 거야, 마는 거야.”
아주머니는 내 모니터에 별점을 하나만 누르고 메모를 입력했어요.
‘바퀴에 똥이 묻어서 왔음. 로봇 관리가 안 되는데 아이스크림도 과연 깨끗할까 걱정이 됨. 앞으로 절대 로봇 배달은 안 시킬 것임.’
나는 꼬리를 흔들 수가 없었어요. 별점이 낮으면 꼬리를 흔들 수가 없거든요.
“엄마, 로봇이 꼬리를 흔들지 않아. 재주도 안 넘네”
“로봇도 눈치는 있겠지. 꼬리를 흔들 상황인지 아닌지.”
아주머니는 문을 쾅 닫고 들어가 버렸어요. 나랑 사진도 안 찍고 말이에요.
‘아무리 바빠도 땅을 잘 살피며 다녀야겠어.’
개똥을 보지 못한 건 내 실수였어요.
별 하나짜리 점수는 처음 있는 일이라 속상했어요. 그래도 서둘러 가게로 돌아갔어요.
바퀴에 묻은 똥은 아저씨가 닦아줄 거예요. 그럼 나는 깨끗한 모습으로 다시 배달을 하고 별점도 높이 받게 될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자 기운이 솟았어요.
가게에 도착하자마자 아저씨는 내 바퀴가 더러워진 것을 바로 알아봤어요.
“에잇, 로봇 청소하다가 하루가 다 가겠네.”
아저씨는 내 바퀴에 물을 대충 몇 번 뿌리고 말았어요.
“장애물을 피하지도 못하니? 가뜩이나 배달도 밀렸는데······.”
내 배달 점수를 확인한 아저씨의 기분은 더 나빠진 것 같았어요. 그래도 나는 꼬리를 흔들었어요. 아저씨가 내게 어떤 말을 하든, 어떤 행동을 하든 나는 꼬리를 흔들게 설계되어 있으니까요. 예전에는 짜증나는 일이 있어도 내가 꼬리를 흔들면 마음이 금방 풀렸던 아저씨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