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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하 Sep 01. 2023

달려라 토토

아이스크림 가게에 온 지 한 달 정도가 지났을 때예요. 나는 여전히 바빴어요. 첫날만큼은 아니어도 아이스크림 주문이 끊이지 않았어요. 나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도 여전히 많았고요.

 “토토야, 속도를 조금 올려 보자. 조심해서 다니면 문제되지 않을 거야.”

 배달이 너무 늦다는 손님의 항의전화를 처음으로 받은 날이었어요. 주인아저씨는 내 속도를 한 단계 올렸어요.

 “슝!”

 전보다 빠르게 달리는 나를 신기해하기도 했지만 놀라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단지 안에선 안전 속도를 지켜야지!”

 그래도 사람들은 내가 꼬리를 흔들면 대부분 웃으며 마음을 풀었어요.

 내가 배달이 늦어지는 이유는 속도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배달을 가는 도중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말을 거는 것도 문제가 되었어요. 사람들에게 꼬리를 흔들며 인사를 하다 보면 배달 시간이 늦어졌거든요.

 주인아저씨에게 화내는 손님들이 조금씩 늘었어요.

 “배달료도 비싼데 너무 늦게 도착하네요.”

 “네, 손님. 죄송합니다. 배달 로봇이라는 특별한 상황을 이해해 주세요.”

 “로봇 경고음 때문에 시끄러워요. 아기가 자다가 깜짝 놀라 깼다고요.”

 “죄송합니다. 사람들이 호기심에 로봇을 자꾸 만지는 것 같아요.”

 나는 아저씨가 나 때문에 곤란해 하는 것 같아 미안한 기분이 들었어요.

 아저씨는 며칠을 고민하다가 내 등에 경고문이 쓰인 깃발을 꽂았어요.


 ‘배달 중 말 걸기 금지. 만지기 금지. 적발 시 벌금 천 원!’


 아저씨가 붙인 경고문은 효과가 있었어요. 그날 이후 배달 중인 나를 보고도 못 본 척 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나를 함부로 만지는 사람도 점점 없어졌어요.

 나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삐삐’ 경고음을 내지 않아도 되었어요. 배달 중에 사람들에게 꼬리를 흔들 일도 자연스레 줄어들었어요. 내 특기가 꼬리 흔들기인데 그걸 못하니 조금 아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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