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번째 주인은 생글생글 잘 웃는 아이스크림 가게 아저씨였어요.
아저씨의 가게는 아주 큰 아파트 단지 정문 쪽에 있었어요. 아파트 단지가 너무 커서 가게까지 오려면 한참 걸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처음에 아저씨는 바쁘지 않을 때면 아이스크림을 직접 배달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꼭 그럴 때마다 손님이 가게에 왔다가 그냥 돌아가곤 했나 봐요. 아저씨는 내 광고를 보고 무릎을 탁 치며 이거다 싶었대요.
아쉽게도 원하는 사람 모두가 내 주인이 될 순 없었어요. 배달 로봇은 나를 포함해서 총 열 대밖에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내 주인이 되고 싶은 사람은 전국적으로 너무 많았어요. 할 수 없이 회사에서는 응모를 통해 당첨된 사람에게 나를 판매하기로 했어요. 그 경쟁률은 어마어마해서 로또 당첨되는 것보다 어렵다고 했어요.
그러니 아저씨가 응모에 당첨되고 나서 얼마나 기뻤겠어요?
아저씨는 가게에 손님이 올 때마다 자랑을 하느라 아이스크림을 떠 주는 걸 까맣게 잊은 적도 있었어요.
“아유, 지겨워라. 손님이 올 때마다 매번 자랑할 게 아니라 광고를 하지 그래요?”
그런 아저씨를 보고 부동산 사장님이 참다못해 말했어요.
“아, 그러면 되겠네요.”
아저씨는 신이 나서 ‘국내 최초, 최첨단 로봇 배송 아이스크림’이라는 안내문을 가게 입구에 붙였어요.
광고문은 붙이자마자 효과가 있었어요. 성격이 급한 손님들이 내가 오기도 전에 배송 서비스를 예약했어요. 덕분에 난 가게에 온 첫날부터 정말 바빴어요.
“와, 귀엽게 생겼네.”
“이게 아이스크림을 배달하는 로봇인 거예요?”
아이스크림 가게는 나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로 복잡했어요. 아이스크림 배달을 해 달라고 조르는 아이들도 많았어요.
“엄마, 나 집에 가서 아이스크림 먹을래.”
“안 돼. 로봇은 배달료가 비싸. 여기서 구경만 하고 가. 아이스크림은 가게에서 먹고.”
“싫어! 로봇이 갖다 주는 아이스크림 먹을래.”
그날은 아이스크림이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장사가 잘 되었어요.
“아이고, 손님이 이렇게 많이 올 줄 알았으면 도와줄 사람을 부를걸 그랬어.”
아저씨는 혼자 손님들을 상대하느라 힘들었어요. 그래도 나만큼 바쁘지는 않았을 거예요. 배달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손님들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배달하는 나를 졸졸 따라 다녔거든요.
“안녕, 토토!”
“토토야, 나랑 사진 찍자!”
사람들은 내가 꼬리를 흔드는 게 신기했는지 자꾸 말을 걸었어요.
가게에 온 첫날 한밤중이 되어서야 나는 배달 일을 마칠 수 있었어요. 아무리 되돌아 생각해 봐도 그날만큼 사람들이 내게 말을 많이 시킨 날은 없었어요. 나는 꼬리가 닳도록 흔들어야 했지만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는 것 같아 기분은 좋았어요.
“아이스크림을 더 준비해야겠어. 매일 이렇게 장사가 잘 되면 너를 사느라 빚진 돈도 금방 갚겠어.”
그날 아저씨는 충전기 집에 들어가 쉬고 있는 나를 보며 말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