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주인아저씨를 처음 만났던 날도 나는 충전기 집에서 가만있었어요.
주인아저씨는 그날따라 나를 윤이 나도록 구석구석 닦아줬어요.
‘오늘은 손님이 많이 올 건가 봐? 한동안 가만있었더니 꼬리가 근질근질하네.’
나는 기분이 들떴어요.
“토토, 그러고 보니 우리 둘이 같이 찍은 사진이 없네.”
아저씨는 꼬리를 흔드는 내 옆에 서서 사진을 여러 장 찍었어요.
“내가 전에 말했지. 너한테 나의 행운을 다 걸었다고. 나는 정말 너한테 최선을 다했어, 토토. 그건 잊지 마.”
아저씨는 첫날 만난 것처럼 다정했어요. 나는 첫날 이곳에 온 것처럼 매우 바쁜 하루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그렇지만 오후가 되도록 가게 손님 몇 명 빼고는 배달 전화는 한 통도 안 왔어요.
저녁 무렵이었어요. 안경을 쓴 손님이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자 주인아저씨가 긴장하는 느낌이었어요.
안경을 쓴 손님은 아이스크림을 주문하지 않고 내게 곧장 왔어요.
“이래 봬도 배달 로봇 1호 모델이에요. 좀 낡기는 했어도 구하기 힘든 귀한 모델이랍니다.”
아저씨는 안경을 쓴 손님에게 음료를 건네며 내 자랑을 했어요.
“색깔이 좀 튀네요.”
손님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어요.
“안전 때문에 색깔은 보통 다 이래요.”
“요즘 새로 나온 배달 로봇은 색깔도 세련되었던데.”
나는 손님이 아이스크림을 사먹지 않고 그냥 갈까 봐 걱정이 되었어요.
“그만큼 가격이 비싸지요.”
아저씨도 걱정이 되었나 봐요. 손님에게 더 친절하게 말했어요.
“말씀하신 가격에서 좀 더 깎아주실 수 없나요?”
아이스크림 가격을 깎아 달라는 손님이 다 있다니, 나는 깜짝 놀랐어요.
“저도 눈물을 머금고 파는 거예요. 남는 것도 없어요.”
“그럼 왜 파시나요?”
“가게 손님이 너무 적으니까 그렇죠.”
“그래도 차비는 빼 주셔야죠.”
주인아저씨와 안경을 쓴 손님은 한참 동안 가격 얘기를 얘기했어요.
나는 그게 나를 두고 했던 대화라는 걸 뒤늦게야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