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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현주

by 에이포

1.

난 당신을 미워했습니다.

함부로 타인을 판단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무색하게, 난 당신을 판단했습니다.

당신의 마음에 들어갔다 나온 척하며 온갖 추측과 예상으로 당신을 미워했습니다.

나는 당신을 닮아 있었고, 나는 당신에게서 나를 보았습니다.

나는 그런 당신을, 그런 나를 미워했습니다.

황당하지만, 동시에 나는 그대를 사랑하기도 했습니다.

그대라는 사람에 통달한 척 했으나,

나는 그저 아무 죄 없는 당신이란 거울을 깨부수고 싶었을 뿐이었던 추한 한 사람입니다.


2.

하나, 쓸데없는 피해의식

둘, 분수에 맞지 않는 욕심

셋, 바닥을 치는 자존감

넷, 저열한 질투심

다섯, 동족을 증오하는 추한 인간성


이상 내가 그대에서 본 나의 결점 다섯 가지.


3.

결점, 그리고 결핍.

결점은 외면하고 싶다.

결핍은 채우고 싶다.


4.

자석은 같은 극을 밀어낸다. 가까이 오려는 다른 자석을 어떻게든 외면한다.

철가루는 자석에 달라붙는다. 자석 끄트머리를 빼곡이 채운다.


5.

나의 자석은 고장났다.

같은 극을 밀어낼줄만 알고, 다른 극을 당길 줄을 모른다.

나의 결점을 닮은 사람을 마주하면 나도 모르게 거리를 둔다. 나조차 인지하지 못하게.

오랜 시간이 지나 알아차린다. 아- 또 그 사람은 나를 닮았구나.

그 사실을 알았을 때라도 마주할 줄 알아야 하는데 나라는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외면하고 싶고, 밀어내고 싶고, 인정하고 싶지 않다.

그러니 다른 극을 끌어당길 의지도 없다.

다른 극을 마주해 나를 바꿔야 하는데 그 고통을 감수할 용기가 없다.

모든 걸 다 알면서 여전히 난 누군가를 밀어내고만 있다.

시간이 더 지나 알겠지, 내가 또 누군가를 닮아있는지.

그때 난 또 후회할 거다. 그리고 또 외면하겠지.

나는 이미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서 쳇바퀴 돌 듯 걷고 있어.

내 다리는 멈출 수 없고, 굴레를 끊어주는 사람도 없어.


6.

너는 내게 필요한 철가루를 잔뜩 가졌어.

너의 철가루 하나하나에는 너의 그 예쁜 마음이 한가득 담겨 있어.

10을 주고 2를 받더라도 받는 사람이 웃었더라면 행복할 것 같은 그런 귀하고 소중한 마음.

나의 거칠고 비루한 자석을 가리기 위해 너의 고운 철가루가 최대한 많이 필요해.

너의 그 고운 철가루가 모이고 또 모여서 뭉치고 단단해지면 언젠가 나의 굴레를 끊을 수 있지 않을까. 끊지 못해도 괜찮아, 네가 함께 그 길을 손잡고 걸어주면 좋겠어.

그런 희망을 가지고 나는 네 자석 겉면에 붙어있는 철가루를 조심조심 끌어당기고 있어.

많이 실패했고, 또 많이 아파했지만 그럼에도 난 조금씩 끌어당길거야.

언젠가 너의 철가루 뿐만 아니라 너라는 자석을 통째로 껴안을 수 있게 되길 바라면서.


7.

난 당신을 미워했습니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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