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동희
모두에게는 도망치고 싶은 하루가 있습니다. 좋은 사람, 미운 사람. 기쁜 일, 슬픈 일. 다 뒤로한 채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각자에게는 각자의 목적지도 있습니다. 저는 북해도를 꿈꿉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눈에 덮인 집에서 어둑한 밤 하늘을 바라보며 살고 싶습니다. 저 하늘에는 도시의 빛 때문에 보지 못했던 별들이 빼곡할 테지요. 눈들도 별빛에 하얗게 반짝인다면, 나는 별들에 묻혀 살고 있을 겁니다.
당신은 별로 하여금 무엇을 느낄지 궁금합니다. 친구의 '김과 소금'이라는 대답을 듣고 더욱 흥미가 생겼습니다. 어쩌면 우주라는 막연함에 외로움을, 두려움을 떠올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코스미시즘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나는 조금의 따뜻함이 피어오릅니다. 동질감을, 비단 별들에 관해서가 아닌 지구에 대한 한 줌의 동질감을 느낍니다.
빅뱅 후의 우주에는 수소와 헬륨만 있었습니다. 우주 전체적으로는 '균등'합니다만, 비교적 좁은 지역에 구름같이 모이면 성운이라 불립니다. 구름은 비를 내리듯 성운에서는 별이 만들어집니다. 별들은 질량을 가지고 질량 때문에 점차 작아집니다. 중력 수축에 의해 필요한 만큼의 온도가 오르면 핵융합 반응이 일어납니다. 수소로 시작된 핵융합은, 헬륨을, 탄소를, 산소를 만들다가 철을 마지막으로 끝납니다.
태양은 수소 핵융합 반응 중입니다. 그리 크지도, 무겁지도 않은 별이라 후에 적색거성이 되어도 탄소 핵만 남긴 채 생을 마감합니다. 아리송한 얘기입니다. 당초 태양계에서 태양이 시작이라면 수소와 헬륨만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자연 원소는 몇십 개가 넘습니다. 공기 중 산소, 몸의 탄소 등 지구의 모든 것은 어디서 왔는지 물음표를 남깁니다.
이제야 우리는 다음을 논할 수 있습니다. 별들의 핵융합, 그다음에는 뭐가 있는지. 핵융합이 끝난 후, 별들은 초신성 폭발을 하게 됩니다. 여태 만들 수 없었던 철보다 무거운 물질들이 만들어지고, 이들은 성운이라는 이름을 새로 얻습니다. 우리는 성운으로 만들어진 별의 잔해입니다. 서로 다른 각자의 별이 아닌, 단 하나의 별로부터 온. 인간뿐만이 아닌, 손길이, 눈길이 가는 하다못해 저 모래 한 톨까지도 한때는 같은 별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생애는 별과 닮았습니다. 빛 나는 순간에는 주위의 이들에게 쉬어갈 수 있는 온기를 제공합니다. 우리는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살아갑니다. 영광도 잠시, 젊음이 가고 적색거성이 되어 전처럼 빛나지 못할 날도 옵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빛을 냅니다. 누군가는 추하다고 욕하더라도, 과거를 그리워하는 우리는 어린 채로 늙어갑니다.
아쉽지만, 최종장에 다다르고야 맙니다. 옛날 과학자들은, 별들의 죽음인 초신성 폭발을 별들이 탄생하는 것이라 착각해 '신성'이라 이름 붙였습니다. 역설적인 단어가 나에게 욕심을 품게 합니다. 삶의 마지막이 비루하지 않길, 광활한 우주에서 외로이 끝을 맞이하지 않길, 되려 너무나 찬란해 축복받을 수 있길 소망합니다. 자리에 없을 나지만, 흔적들은 순환하여 누군가의 일부가 되길 바랍니다.
며칠 전 북해도 표를 찾아봤습니다. 포기할 수밖에 없는 가격인지라, 이번에도 다음으로 미루게 되었습니다. 비록 북해도는 아니지만, 눈도 쌓이지 않았지만, 시선은 늘 별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오늘이 그러하였기에 아마 내일도 별을 좇을 것 같습니다. 별들로 둘러싸인 밤은, 홀로 있어도 함께인 밤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