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최민석
소나무는 추운 겨울에도 항상 초록색 잎을 보이고, 눈이 아무리 많이 오더라도 자신을 굽히지 않는다. 굉장히 미련하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 줄 알고, 추울 때는 굽힐 줄도 알아야 하며, 아프면 아프다고 티를 때마다 내야 사람들이 자신을 보살펴 주고, 관심을 줄텐데, 소나무는 그러한 것 하나 없이 꿋꿋이 버티고 있다. 나무가 아픈 것을 사람들이 눈치 챘을 때는 이미 손쓰기엔 너무 늦어, 나무를 잘라내야 한다. 잎은 그제야 노란색으로 변해 떨어지고, 속은 썩어 있다. 그 상태로 잘려가는 소나무는 그래도 아무 말이 없다.
항상 누군가의 옆에서 웃음만 지을 줄이나 알았지, 나의 힘듦을 있는 그대로 토로한 적이 없다. 그래도 사람들은 나를 보며 아직 멀쩡한 줄 알고, 그들의 고민과 푸념을 나에게 넘긴다. 그래도 버티고 있다. 춥고, 무겁지만, 아직은 견딜 수 있으니까. 근데 그 견딤이 나의 속을 썩게 할 줄 몰랐다.
어디 가서 어설프다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적응 못한다는 소리가 너무 듣기 싫어서 웃고 밝게 있었다. 누가 봐도 쟤는 성격이 좋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밝게 있었고, 그 밝음이 혹시 튀어 보일까 걱정하며 어느 정도는 조절해가며 있었다. 그렇게 되자 자연스레 많은 사람이 나에 곁에 모였고, 나는 그 속에서 따듯함이라는 것을 느끼며 살았던 것 같다. 그 이후에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고민 내지는 자신의 걱정거리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떠나가질 않기를 바랐다. 소나무는 군락을 이루며 살아가니까. 그들의 고민이 나에게 하나, 둘 얹힐 때마다, 무겁기보다는 뿌듯했다. 나는 그들에게 최고는 아니어도 최선의 선택지를 제시했으니까.
근데 지금에 와서야 드는 생각이 있다. ‘그럼 나는 내 고민을 어디다 얘기 해야지?’ 내 곁에 있는 그들은 나에 고민을 받아줄 준비가 되지 않았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내 속에서 꾸준히 그 고민들을 쌓아갔다. 병이라는 건 밖으로 배출되어야 어떠한 생명이 살아갈 수 있다. 사람이 기침을 하는 것도, 몸에 아프면 티가 나는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라 생각된다. 소나무는 그렇지 않다. 속을 톱질하여 상한 것을 확인하기 전까지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꼿꼿이 서있다. 그게 지금의 나인 것 같다.
누군가를 떠나 보내지 않기 위해 한 고민들은 모두 소용 없었다. 결국 그들은 소나무가 아니었다. 소나무라 생각했던 것들이 전부 떠나가고 남은 나는, 결국 속이 문드러져 뿌리가 뽑히기 직전이다. 초록색 영롱했던 잎은 어느새 모두 바닥에 떨어졌다. 떨어진 나의 잎을 자양분으로 삼지 못하는 나의 뿌리는 썩은 이처럼 흔들거리고, 내 겉을 칠 경우 나서는 안되는 공허한 소리만 들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