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이경령

by 에이포

“너랑 얘기하면 나도 모르게 남모를 속내까지 털어놓게 돼.”

분명 첨부터 여기까지 말할 의도는 없었는데

정신 차려보면 자기만의 선을 이미 넘고 있더라고 했다.


생각지 못한 발언에 이상한 뿌듯함과 흥미로움을 감추지 못하고

그거 좋은 거냐고, 이유가 뭐냐고 친구에게 물었다.


잠시 고민하더니 “음, 아무래도 잘 들어주어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호기심 어린 눈빛과 이따금씩 들어오는 ‘적절한’ 질문들이

‘경청하고 있구나’ 싶고, 자꾸만 더 들려주고 싶게 만든다고 했다.


친구의 평을 빌려

나는 물음표와 닮았고,

앞으로도 물음표 같은 사람이고 싶다고 생각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한 건

저마다의 세상을 지녔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세상 이야기는 하나같이 고귀하다.


이에 온 맘 다해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그들의 세상을 묻기에 들을 수 있고,

듣기에 다시 물을 수 있다.


묻다 보면, 그래서 듣다 보면

어느새 나의 세상도 한결 다채로워졌다.

그 속의 나는, 자연히 다채로운 시선을 길러

형형색색의 제각각인 것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랑할 수 있었다.




어쩌면 마르지 않는 물음표는

듣는 이에게 주어지는 특권일지도 모르겠다.

그 특권을 마음껏 누림으로 내 품을 키울 수 있어 감사하다.


세월이 흐르고 배움이 쌓인대도

이 물음표들을 잃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깨달을수록 무지함마저 깨달아

여전히 여러분의 세상을 궁금해하는 나이기를,

그때즈음 나는 어떤 세상이라도 낙낙히 보듬는

넓은 품을 가졌기를 간절히 간절히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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