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기관차

나는, 정다은

by 에이포


나는 선로 위를 폭주하는 기관차 같다. 검은 매연을 내뿜으며 연료가 떨어질 때까지 달린다. 한 번 달리기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그건 일, 공부, 사랑 뭐든 그렇다. 정도가 지나칠 만큼 나를 굴리고, 자책하고, 몰아세운다. 만신창이가 되어도 상관없다.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버틴다. 나는 완벽주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내가 대충 하고 있다면, 부담을 내려놓는 중이다. 잘할 필요가 없다고, 지금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나를 다독이고 있다. 그러나 나는 내가 대충 하는 일도 사실 대충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요즘 조금씩 나의 완벽을 내려놓는 횟수가 늘어난 것 같아서,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그것도 잠시, 나는 나 자신에게 조금의 틈도 주지 않았다. 조금 충전되었다 싶으면 바로 급한 일에 쏟아버린다. 나는 완충될 수 없다.


괴롭다. 그래서 선로를 끊어버렸다. 집착적으로 나의 모든 것을 쏟아부으려는 대상을 가차 없이 지워버린다. 나는 선로에서 벗어나 거친 땅에 사정없이 갈려 아픈 소리를 내다가 엎어진다. 선로를 이탈한 기관차는 당장이라도 폐차될 것 같이 생겼다. 이미 승객을 태울 수도 없이 누추한 기관차는 화물차가 되어 짐이나 나르고 있었는데, 이제는 짐도 나를 수 없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일에 몰두한다. 열중하고,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어느 순간 만신창이가 된 내 모습을 보며 정신을 차렸다. 내 삶에 나라는 존재는 온데간데없고, 내가 아닌 사람들만 가득 차 있다. 내가 집착하던 것을 충동적으로 끊어버리면 부작용이 생긴다. 가득 차 있던 것들을 뽑아버리고 텅 비어있는 자리가 허전해 외로움을 느낀다.


선로를 따라 미친 듯이 달리는 내 머리 위로 빠르게 지나가는 전기선이 뜨겁다. 그렇게 하루, 이틀, 길게는 몇 달을 쉬지 않고 달린다. 작은 나사 정도는 빠져도 괜찮다. 내 몸이 하나둘씩 떨어져 나가도 상관없다. 나는 내가 고장 날 때까지 달린다. 그리고 몸을 일으켜 세울 수 없게 되면, 그때 나는 쉴 수 있다. 몰아세우는 것이 습관이 된 나는, 쉬는 것조차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사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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