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주현
'넌 지나간 세월 앞에서 미친 개마냥 미쳐버릴수도 있어. 운명을 탓하며 욕을 퍼부을 수도 있어. 하지만 결국 끝이 다가오면 가게 놔둬야 해.'
나는 나를 정말 좋아했다. 나라는 사람에 있어서 이보다 더 자신감있을수 있나 싶을 정도로. 고등학교 2학년때였나, 영어 에세이 대회 주제가 '나의 단점 3가지' 였을때도
'나에게 단점같은건 없다. 나는 나일 뿐이다' 라고 호기롭게 적어내기도 했던게 기억난다.
그랬었는데, 고등학교 3학년때부터였나. 내가 정말 싫어졌다. 살면서 처음 느끼는 감정에 당황했었다. 아마 원인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오르지 않는 수능 성적에 느끼는 무력감?
그런거였을거다. 원하던 대학을 가면 해결될 문제였다. 그리고 그해 나는 좋은 대학에 붙었다. 그럼에도 각기 다른 이유의 자괴감은 계속해서 날 괴롭혔다. 난원래 자존감 높은 사람인데, 내가 왜이러고 있는거지. 사실 그냥 자존감 높은 척했던건가? 나는 하등 쓸모없는 존재인건가? 왜 뭐하나도 제대로 하는게 없지? 대학와서 재밌게 노는것도 아니고 공부하는것도 아니고.
난 지금 뭐하고 있는거지?
전환점은 여름방학이었다.
대학 방학이 참 좋더라. 뭐한것도 없는데 3달이라는 긴 휴식기도 주고. 그 시간동안 정말 수없이 많은 자기고민과 수없이 많은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 보게 된 영화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나온지 13년된 영환데 친구가 추천해줬나 인터넷에서 추천글을 봤나.. 해서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내 마인드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의 내용은 나이를 거꾸로 먹는 남자가 살아가는 이야기인데 그 안에는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사실 살면서 우리는 수없이 많은 안좋은일을 겪을것이고 수없이 많은 좋은일을 겪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둬야 할것은 인생은 끊어져있는것이 아닌 수없이 많은 변곡점을 거치며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함수라는 것이다. 문과라 수학을 잘 하지 못하지만은 함수에 미지수를 어떤걸 넣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그림이 나온다. 내가 하고싶은말은, 내가 살면서 겪는 좋은 일들은 그 전에 일어난 일들이 없었더라면 일어날 수 없었던 일이라는 것이다.
내가 고등학교를 지원하지도 않은곳에 가게 되는 일이 있었기에 지금 내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중학교때 절친한 친구와 사이가 멀어진 일이 있었기에 지금 내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초등학교때 수영장에서 뛰다 넘어져서 눈이 찢어지는 일이 있었기에 내가 지금 있다는 것이다.
이걸 인지하기 전에 나는, 안좋은일 하나만 겪어도 그 일 하나만 생각하면서 괴로워했다.
이 얼마나 비효율적인 일인가.
이제는 같은 부정적인 일을 겪어도 정말 왠만해선 그러려니 한다. 나중에 좋은일이 있을때 기뻐하는 나는, 지금 이 일을 겪기에 있는 거니까.
지금 내상태는 태어난 이래로 가장 여유롭다. 가장 내가 좋고 가장 건강한 정신상태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요즘 정주영 회장의 명언을 항상 가슴에 품고 산다.
'내가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 한 이것은 실패일 수가 없다.'
과거에 슬퍼하고 즐거워했던 얘들아. 너희가 있기에 지금 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