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또는 어스름이 길게 깔린 저녁 무렵 집 주위를 걷는다. 그러다 문득 얼굴에 뭔가 아주 앏은 실같은 것이 닿는다.
거미줄이다.
순간 기분이 썩 좋지 않다. 뭔가 찝찝하다. 잘 떨어지지도 않는다.
'아 거미줄이 있는걸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보이지 않는 거미줄인데.
그런데 그뿐이다. 더 이상은 없다. 어떤 치명적인 해를 끼치진 않는다. 그냥 좀 귀찮고 찝찝할뿐이다. 떼어내면 그만이다.
우리의 일상도 마찬가지 아닐까?
'아 내가 이걸 왜 몰랐지.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텐데'
'미리 알았다면 이걸 선택하지 않고 저것을 선택했을텐데'
'내가 왜 하필 이때 이 자리에 있어 가지고'
'내가 왜 이 말을 했을까. 이 사람이 그 사람인줄 몰랐네'
'자신이 몰랐던 것에 대해 자신이 했던 것'에 대해 아쉬워 하는 순간들이 있다. 일상속 거미줄들이다. 역시 볼 수 없었던 것들이다.
그런데 그뿐이다. 조금 아쉬울뿐 당신이 하는 일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다. 조금 후회될뿐 당신의 입장이 난처해질 정도는 아니다. 경험으로 삼고 다음번에 참고하면 그만이다.
오늘 나는 나의 업무에서 몇 번의 거미줄을 만나게 될까?
오늘 당신은 사람과의 만남에서 몆 번의 거미줄을 만나게 될까?
오늘 어쩌면 예기치 못한 실망감을 느끼더라도 너무 실망하지는 말자. 오늘 어쩌면 예기치 못한 후회감을 느끼더라도 너무 후회하지는 말자.
모두 보이지 않는 거미줄 같은 것일뿐.
그냥 떼어내고 훌훌 털어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