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출근 시 지하철과 버스를 주로 이용한다. 거의 대부분 오전 5시 45분 집 앞 첫 마을버스를 탄다. 만약 그 보다 더 앞선 첫차가 있다면 그것을 탈것이다. 그때부터 하루의 본격적 독서가 시작된다.
버스를 기다리며 버스에 오르고 버스에서 책을 본다. 오전 6시 버스에서 내리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철 출입구 안으로 서서히 들어간다. 그때도 나의 독서는 멈추지 않는다. 역사 안에서도 걸으며 책을 본다. 걸어가는 그 시간들에도 책 시간을 벌어 책을 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선이다. 시선이 책을 향하고 있다 보니 전방 시야 확보가 어렵다. 그래서 최대한 천천히 걸어간다. 기둥이나 사람에 부딪히는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서. 그래서인지 몰라도 언젠가부터 지하철 역사 바닥에 붙어있는 노란색 점자블록을 이용하게 되었다. 원래는 시각 장애인 분들을 위한 블록이다. 이 블록을 따라가면 적어도 위험한 곳(?)에 이를 위험은 없다.
전방 시선 보완이 필요한 나로서는 매우 유용하다. 발로서 시선을 확보할 수 있다. 책을 향한 시선과 바닥을 향한 촉감으로 앞으로 천천히 나아간다. 지금껏 모르고 살았던 점자 블록의 유용함이다.
'아 시각 장애인분들은 이렇게 점자블록을 이용하시는구나'
시각 장애인은 아니지만 순간적으로 그분들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은 존재의 이유가 있다. 길가에 무심히 심어진 가로수, 옥상위 불쑥 솟아올라있는 철탑, 돛단배에 있는 돛. 내겐 필요 없는 것들이지만 누군가에겐 소중하고 절실한 것들일 수 있다.
내가 직접 느껴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내가 직접 써보기 전까지는 모른다
그러므로 내겐 필요 없는 것이라고 함부로 대하지는 말자. 그것이 꼭 필요하냐고 다그치지 말자.
누군가 무엇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진지하게 생각이라도 한번 해보자.
그 사람에겐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