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2천만 원이 생겼다. 물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다. 얼마 전 팔려고 내놓은 집을 산다는 사람이 있어 그에게서 받은 계약금이다. 당신은 이 2천만 원으로 대출금을 갚고자 한다. 그동안 매달 나가는 이자가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더구나 다음 달부터 시중금리가 인상될 조짐이 보인다. 어서 조금이라도 갚아야 할 것 같다. 이런 당신에게 A, B 두 가지 대출이 있다. A는 2천만 원 대출금에 연이자 3%이다. B는 대출금 3천5백만 원에 연이자 3.3%이다. 다음 달부터 각각의 대출금 이자가 얼마나 변할지 모른다. 단지 오를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을 뿐이다. 당신이라면 이 상황에서 2천만 원으로 대출을 어떻게 상환하겠는가?
정답은 없다.
당신은 A상품의 대출금을 갚아버리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왜냐하면 하나의 대출금이라도 확실히 없애버리자는 생각 때문이다. 하나의 금리인상 리스크라도 확실히 없애보자는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당신은 이렇게 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라고 믿는다.
과연 그럴까?
계산을 제대로 해본다면 당연히 B 대출금을 2천만 원 일부라도 상환해야 한다. 왜냐하면 B상품의 이자율이 A상품보다 0.3% p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신은 A를 갚아버리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 그리고 A를액 상환한다. 나라도 그렇게 하고 싶을 것이다(고백컨데 실은 필자의 사례이다).
왜 그랬을까? 왜 좀 더 이자율이 높은 대출을 상환하지 않았을까?
이는 리스크의 개수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즉, 두 가지 리스크 중 한 가지 리스크는 확실히 없애버렸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젠 눈에 보이던 2개의 리스크에서 1개의 리스크만 남았다. 금리인상 리스크가 2개에서 1개로 줄었기에 만족감을 느낀다. 하지만 이는 리스크의 개수를 줄인 것일 뿐 전체 실제 리스크를 더 낮출 수 있는 선택은 따로 있었다.
여기서 당신에게 살며시 귀띔해주고 싶은 심리 관련 용어가 있다. 바로 제로 리스크 편향(Zero-Risk Bias)이라는 것이다.
제로 리스크 편향(Zero-Risk Bias)이란 여러 가지 위험요소가 공존할 때 사람들이 전체 리스크의 확률을 낮추기보다 최소한 하나의 위험요소를 완벽히 제거하는 것을 선호하는 오류다.
그러나 알고 있는가? 하나의 위험요소를 제거하더라도 결국 다른 위험요소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다른 위험요소는 더 큰 위협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 왜냐하면 제거된 리스크는 남아 있는 다른 리스크를 확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B 대출금의 이자가 A대출금의 이자보다 더 큰 폭으로 인상될 수도 있지 않은가?
결국 제거된 리스크는 완벽히 제거된 것이 아니다. 리스크의 완벽한 제거란 없다.
당신이 죽지 않은 이상 죽음의 리스크는 항상 존재한다.
당신이 그 어느 누구에게도 말을 걸지 않는 이상 사람들로부터 상처받을 리스크는 항상 존재한다.
당신이 집 밖을 나서지 않는 이상 교통사고의 리스크는 항상 존재한다.
출근할 때 당신은 지하철을 탈 수도 있고 버스를 탈 수도 있다. 지하철만 타고 간다면 버스를 탔을 때의 사고 리스크는 없다. 반면 지하철 사고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 버스만 타고 갈 때도 마찬가지이다. 지하철 탑승 시 사고 리스크는 없다. 하지만 버스 탑승 시 사고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한다.
가장 현명한 선택은 무엇일까?
버스가 자주 막히고 사고 확률이 높은 구간에선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하철이 자주 연착되는 구간에서는 버스로 갈아타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제시간에 안전하게 출근하는 현명한 방법이다.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래도 버스가 막히거나 지하철이 연착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사항의 밖에 있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할 수 있는 범위내 하나의 특정 리스크를 낮추는 것보다 전체 리스크를 낮추는 일이다. 대출을 받을 때, 사업을 시작할 때, 한 사람과 연애를 시작할 때, 여행을 갈 때 전체 리스크를 낮출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리스크의 개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전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하루동안
다음 한 달동안
미래 일 년동안 당신의 행복감과 자존감을 해치는 전체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선택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