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無)계획이 계획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 본 글은 고민이 있는 직장인을 위한 글입니다. 필자가 회사를 다니며 직접 겪거나 주위에서 바라본 사례들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또는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고민해 봤을법한 사례들을 떠올리며 작성하였습니다. 비슷한 고민을 했거나 하고 있는 분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Q. 저는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에서 일하는 프로그래머입니다. 일에 매뉴얼도 없고 정석대로 처리해도 꼭 한 두 개씩은 생각지 못한 변수가 터집니다. 이러다보니 일에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입니다. 스트레스와 걱정, 마음 졸임이 말도 못하게 많습니다. 늘 걱정과 불안을 달고 살아요.







A. 생각지 못한 돌발 상황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계시는 군요. 어쩌면 좋을까요.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달고 사시는 것도 이해가 돼요. 매뉴얼이 없으면 처음부터 모든 것을 내가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작용하기 때문이죠. 그뿐인가요. 그에 따른 책임감은 덤이지요. 정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매뉴얼이 없으면 업무의 일관성도 떨어집니다. 이때는 이렇게 일을 처리했다가 저때는 또 저렇게 일을 처리하고. 엿장수 마음이 이런 마음일까요. 업무 이력 관리도 쉽지가 않죠.


에고. 정말 매뉴얼이 없는 직장은 신호등이 고장 난 강남대로 사거리입니다. 먼저 들이대는 차가 장땡이죠. 이러다 사고라도 나면 정말 답이 없지요. 교통경찰이 달려와서 당장 수(手)신호라도 해주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매뉴얼이 있다는 것이 반드시 좋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매뉴얼도 적당히 있어야 매뉴얼답습니다. 매뉴얼이 너무 많고 세면 숨 막힙니다. 뭐 하나 제대로 해보기 힘듭니다. 시작도 하기 전에 많은 제약과 조건으로 지칠 수 있지요. 더욱이 개발업체에 계신분이라면 매뉴얼이 업무의 창의성과 혁신성을 방해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므로 매뉴얼 자체가 좋다 나쁘다 단적으로 말할 수는 없습니다.


어쨌건 걱정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원하고 계시는 군요. 그런데 아쉽게도 걱정과 스트레스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방법은 없습니다. 걱정과 스트레스는 정상적인 사고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지니고 있는 대표적인 감정입니다. 사람이 감정을 떠나서 살 수 없듯 걱정과 스트레스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서 살수는 없습니다.


대신 걱정과 스트레스에 대한 마음을 달리 먹을 수는 있습니다. 당신이 아무리 계획을 잘 짠다할지라도 미래에 발생할 변수와 돌발 상황을 조정할 수는 없습니다. 일어날 일은 어차피 일어나고 일어나지 않을 일은 당연히 일어나지 않습니다. 예상치 못한 변수에 대해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당신이 노력과 상관없이 발생했을 일이기 때문입니다. 대신 돌발 상황이 발생했음을 받아들이세요. 그리고 그 상황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하세요. 그뿐입니다. 잘 대처할 수 있다면 좋은 것이고 어려움이 지속된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지요. 당신은 이미 최선을 다한 걸요.


상황과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완벽하게 매뉴얼을 만들어 놓아도 현실속에서는 매뉴얼에 있지 않은 돌발상황은 수없이 발생합니다. 그러므로 매뉴얼이 없다고 불안을 느낄 필요도 없습니다. 정말 최소한의 매뉴얼만 있으면 됩니다. 최소한의 매뉴얼도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된다면 당신이 직접 만들어 보세요. 당신이 느꼈던 불편한 사항들, 해결들을 정리하여 만들어 보세요. 주위 동료들과 후배들에게 유용한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음으로 당신이 해야 할 것은 미래에 대해서 좀 더 의연해 지는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미래는 당신이 통제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대로만 상황이 전개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당신이 생각한대로만 상황이 전개된다면 당신은 프로그래머가 아니고 신(神)의 경지에 오른 사람일거예요. 당신이 현재 할 수 있는 것은 예상되는 상황에 대해 매뉴얼을 준비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뿐입니다. 그렇게 해도 예상할 수 없었던 변수가 발생하는 것은 어쩔수가 없어요.




준비는 준비일 뿐 미래의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대응해 주지는 못합니다. 틈은 언제나 발생하는 것이지요.




목재는 각각의 결이 있기 때문에 그 성기고 빽빽함에 신경을 쓰면서 붙일 곳은 붙이고 간격을 둘 곳은 간격을 두면서 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고 빈틈없이 딱 맞추어 설치하면 나중에 그 부분이 갈라지거나 구부러질 수도 있다. ... 지나치게 완벽한 탓이다. 그래서 뛰어난 목수장인 합리적으로 약간의 틈을 남겨둔다. ... 그러면 설치 후에 조금 전과 같은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좋은 습관은 배신하지 않는다』 거둬 지음




뛰어난 장인은 일부러 목재에 틈을 주어 목재를 완벽히 맞댈 수 있습니다. 틈이 목재의 완벽한 사용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틈을 무조건 틈으로만 바라봐선 안 될 것입니다. 완벽을 완성하는 신의 한수가 될 수 있는 것이죠. 심리학에서도 실수 효과(Pratfall)라는 것이 있습니다. 완벽한 사람보다 완벽해 보이지만 실수를 하는 사람에게 더 큰 호감을 갖게 된다는 이론입니다.



전(前) 미국 대통령인 빌 클린턴은 재임 당시 예상치 못한 상황 때문에 곤욕을 치러야 했습니다. 바로 백악관 인턴 여직원과의 스캔들 때문이었습니다. 항상 완벽하고 실수 없는 모습을 보였던 클린턴에게는 큰 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이 일을 겪은 뒤로 그의 지지율은 더 올라갔다고 하네요. 왜냐하면 국민들에게 ‘그도 그저 인간일 뿐이다’라는 생각을 심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실수도 해야 더 인간적으로 보이고 인간적으로 보여야 더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도와주려 합니다.


그러니 변수가 많은 직장 현실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세요. 당장은 스트레스로 다가 올지 모르지만 몇 개의 변수와 틈이 당신의 업무를 값지게 완성해 줄 수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은 당신에게 힘겨움을 줄지 모르지만 예상치 못한 상황은 당신에게 예상치 못한 완벽의 틈을 선사할지 모릅니다. 한결 여유롭게 당신의 일을 대하는 당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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