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에도 업무가 계속 머릿속에서 맴도는 이유?

회사에서 미처 끝내지 못한 업무가 퇴근 후에도 계속해서 생각나는 경우가 종종 있죠. 아무리 머릿속에서 지워 내려 애써도 쉽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마치 밥알이 종이에 묻어 잘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끝내지 못한 업무가 머릿속에 딱 붙어 떨어지지 않습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자이가르닉 효과(Zeigarnik effect)라는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자이가르닉 효과란 마치지 못한 일을 마음속에서 쉽게 지우지 못하는 심리적 현상을 말합니다.


이런 자이가르닉 효과가 한번 발생하면 정말 괴롭지요. 퇴근해서 데이트를 할 때도,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할 때도, 학원에서 수업을 들을 때도 마치지 못한 업무들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돕니다. 이러한 현상은 특별히 일 중독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발생합니다. 그 일을 끝내지 못해 뭔가 찝찝하고 불안해합니다. 그런데 끝내지 못한 그 일이 과연 내게 얼마나 큰 영향을 줄까요? 당신은 그 업무가 계속 당신의 머릿속에서 돌아다니도록 놔둘 셈인가요?





저도 이런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끝내지 못한 업무가 끊임없이 머릿속에서 맴도는 것이죠. 조금 냉정히 돌이켜 보면 그날 그 일을 반드시 끝내야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단지 나 자신이 그날 끝내 버리고 싶은 욕구가 강했던 것 같아요. 사실 정말로 끝내야 하는 업무라기보다는 하던 업무이니 마저 끝내 버리고 싶었던 일종의 자기만족이었던 것이죠.


사실 끝내지 못한 업무에 대한 압박감은 남이 아닌 자기 스스로가 주고 있는 것입니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데 자신 혼자 초조해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압박감과 초조함을 어떻게 다루면 좋을까요? 이럴 때는 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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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당신이 내일 상사에게 보고해야 할 보고서가 있다고 가정해 보죠. 상사가 내일까지 보고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내일까지 보고서를 마무리하기 위해서 필요한 데이터가 있습니다. 그 데이터는 내가 직접 만들 수 있는 데이터가 아니고 재무팀에서 받아야 하는 데이터입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재무팀 전원이 오늘부터 내일까지 워크숍에 가있습니다. 따라서 죽었다 깨도 그 데이터를 오늘 내로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일단 퇴근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마치지 못한 보고서가 계속해서 당신의 머릿속을 떠다닙니다.




차분히 한 번 생각해보죠. 당신이 재무팀을 대신해서 데이터를 구할 방법이 있나요? 그것은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팀장님께 메시지를 보내는 것입니다.


‘팀장님, 퇴근하셨는데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금일 내 보고서를 완성하려 했으나 자료 작성에 필요한 데이터를 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대신 다른 부분은 내일 아침 일찍 출근해서 먼저 완성해 놓겠습니다. 나머지 데이터 부분은 재무팀에게 도움을 받아 최대한 신속히 완성하겠습니다. 늦어도 오전 10시 내로는 보고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것은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이게 최선입니다. 그 메시지를 보시고 팀장님이 ‘알겠어요. 내일 오전 중으로는 꼭 부탁합니다.’라는 답을 해 주신다면 원만히 해결된 것이지요. 만약 ‘무슨 소리야? 무조건 내일 아침까지 해놔!’라고 답하시는 팀장님이라면… 글쎄요. 그런 분과는 더 이상 같이 일하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것이 상책(上策)이란 생각도 듭니다. 당신이 그런 팀장님을 모시고 있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어쨌든 ‘알겠다.’는 팀장님의 답변을 받았다면 당신의 마음도 한결 나아질 것입니다.





퇴근 후 업무 생각을 하는 것은 사실 습관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중요한 일인데도 퇴근 후 에는 업무 생각을 딱 멈추는 사람도 있고, 사실 중요하지 않은 일이지만 계속해서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퇴근 후에는 자연스럽게 당신의 업무에서 자신을 분리시키는 습관 형성이 중요합니다. 실수를 범했을 때도 이와 비슷하지요. 우리가 무엇인가 실수했을 때 그것이 끝없이 머릿속에 맴돌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실수는 실수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입니다. 실수했다는 생각 때문에 계속 지나간 것에 얽매이게 된다면 지금 당장의 일과 앞으로의 일에 제대로 된 몰입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몰입을 위해선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국어 시간에는 국어에 집중하고 수학 시간에는 수학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듯 업무 시간에는 업무에 집중하고 퇴근 후에는 퇴근 후에는 퇴근 후의 삶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집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찾는데 도저히 안 보일 때가 있죠. 아무리 여기를 뒤지고 저기를 뒤져 봐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 잠시 잊고 지내다 보면 전혀 의외의 장소에서 그 물건을 발견하게 되는 때가 있어요. 너무 어이없고 허탈하지만 찾았다는 사실에 그저 행복합니다. 마찬가지로 너무 고민되고 신경 쓰이는 것이 있다면 잠시 잊어 보세요. 잠시 잊으면 오히려 금방 해결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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