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발표자가 되고 싶어요? - 폭스 박사 효과

회사나 학교에서 사람들 앞에 서서 발표해야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발표란 것 자체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긴장부터 하죠. ‘난 발표가 너무 편하고 좋아!’라는 사람은 별로 본 적이 없습니다. 그 대신 이런 경우는 자주 볼 수 있죠. ‘그걸 내가 어떻게 발표하지? 나도 잘 모르는 주제인데.’ 발표 전부터 발표할 주제, 내용, 진행 방법, 청중 규모 등에 대해서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가장 흔한 걱정거리는 발표할 내용 자체에 대한 것인 듯해요. 발표할 내용 자체가 좋아야 훌륭한 발표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물론 발표 내용 자체가 중요하지요.


하지만 발표 내용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그 내용을 전달하는 형식입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그에 어울리는 예쁜 그릇에 담겨서 나와야 더 맛있게 느껴집니다. 마찬가지로 발표 내용도 중요하지만 그 내용을 전달하는 형식 역시 중요합니다. 이러한 발표 형식에는 발표자의 표정, 억양, 자신감, 말투, 경력, 복장, 발표장의 분위기 등 매우 다양한 요소가 존재합니다. 만약 제게 발표 내용과 형식, 이 두 가지 중 어느 것에 더 신경을 쓸 것인지 하나를 택하라면 저는 발표 형식을 고르겠습니다.


실제로는 값비싼 최상급의 스테이크가 그저 비닐봉지에 담겨 있다면 저는 별로 먹고 싶지 않거든요. 평범한 음식도 근사하게 플레이팅 되어 있으면 눈이 가고 손이 가고 입이 갑니다. 발표도 마찬가지입니다. 발표 내용 자체가 아무리 뛰어나도 그것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없다면 발표에 눈길이 가질 않습니다. 똑같은 말도 말하는 사람의 표정, 억양, 목소리 크기, 제스처, 자신감 있는 태도, 외모 등에 의해 다르게 전달됩니다. 똑같은 발표 내용도 발표자의 이 모든 것에 의해 다르게 전달될 수밖에 없습니다. 발표를 앞둔 당신, 발표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내기 위해서 짧은 시간에 최대한의 성과를 이끌어 내는 방법으로 무엇이 있을까요?


물론 일단은 발표 내용 자체를 최선을 다해 성실히 준비해야 합니다. 발표 내용은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내용을 선택해야겠죠. 부득이 잘 모르는 내용을 다뤄야 한다면 그만큼 사전 학습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어떠한 내용이더라도 청중에게 쉽고 간결하고 재미있게 전달되어야 합니다. 개인의 실제 경험과 사례들을 중간중간에 섞어 주는 것도 필요하고요. 발표자가 말하는 자신의 이야기는 이 세상에서 오로지 그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겪은 실제 경험이라고 하면 우린 무의식적으로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거든요. 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스토리텔링(Story telling)이란 것도 이러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활용한 마케팅 기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냥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그 상품에 담겨 있는 ‘이야기’를 파는 것이지요. 발표할 때 유용한 나만의 이야기를 준비하세요. 말할 것도 없이 그 이야기는 발표 내용과 연결되면 효과적입니다.


어느 정도 발표 내용 준비가 끝났다고 여겨지면 당연히 실전 연습을 해 봐야겠죠. 이제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발표의 그릇, 즉 형식에 대한 것입니다.


여유가 된다면 지금 바로 근사한 정장 한 벌을 구입하세요. 비싼 명품일 필요는 없습니다. 자신에게 멋스럽게 잘 어울릴 만한 수준이면 됩니다. 꼭 구입하지 않더라도 어쨌든 발표 때는 빌려서라도 근사한 정장을 입고 등장하는 것입니다. 수려하고 깔끔한 정장 차림은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선물해 줍니다. 나도 모르게 발표에 자신감이 넘칩니다. 옷이 날개를 만들며 옷이 멋진 발표자를 만드는 것이지요. 정장과 자신감이 잘 와 닿지 않으시나요? 정장과 자신감이 무슨 관계인지 아리송한가요?


‘실제적인 능력’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전달하느냐’도 매우 중요한 요소인 것이죠.


1970년대 초반 아인슈타인 의과 대학의 마이런 폭스(Myron L. Fox) 박사는 멋진 강연 하나를 해냅니다. 그 강의 주제는 ‘의사 교욱에 적용한 수학적 게임 이론(Mathematical game theory as Applied to Physician Education)’이었습니다. 주제만 들어도 매우 난해해 보이죠? 당시 청중들은 주로 심리학자, 정신과 의사, 사회 복지사 등 각 분야에서 경험이 많고 지적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엘리트(Elite) 그룹이었던 거죠. 폭스 박사는 강의 내내 자신감 있는 태도를 유지했습니다. 한눈에 봐도 전문가로 느껴질 만큼 단정하고 깔끔한 외모도 지니고 있었고요. 중간중간에 자신의 이야기와 농담을 섞어 넣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어려워 보이는 주제를 처음 접해 보는 청중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쉽고 간결하게 풀어냈습니다.


청중의 반응은 대단히 호의적이었습니다. 대부분 발표 내용이 매우 유익하고 즐거웠다고 평가하였습니다. 심지어는 그의 논문을 더 찾아 읽어 보겠다는 사람도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 그의 논문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폭스 박사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죠. 사실 그는 연기자였습니다. 마치 실제 박사인 것처럼 청중들 앞에서 근사한 옷을 입고 자신감 있는 말투로 ‘멋진 발표를 연기’했던 것이죠. 말 그대로 연기였습니다.


발표 내용 역시 허구였습니다. 여러 논문들의 내용을 짜깁기한 것에 불과했습니다. 원래 이것은 발표가 아니라 하나의 심리 관련 실험 목적으로 실행되었습니다. 이 실험을 주도했던 사람은 도널드 나프 툴린(Donald Naftulin)이라는 의학박사였는데요. ‘발표에 대한 평가는 발표자의 표정, 태도, 자신감에 의해서 크게 좌우된다.’라는 가설을 증명하는 것이 실험의 주된 목적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폭스 박사 효과(Dr. Fox Effect)라고 합니다.

발표를 앞두고 있나요? 그것이 당신을 많이 불안하게 하나요? 당신이 발표할 내용이 좀 생소하게 느껴지고 부족하게 보이더라도 너무 겁먹지 마세요. 발표 내용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내용을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죠. 결국 발표가 좋았다, 안 좋았다고 판단하는 주체는 청중들입니다. 그들에게 단정하면서도 권위를 느끼게 해 주는 옷차림과 자신감 있는 태도로 다가가세요. 덧붙여서 사이사이 당신의 경험과 유머를 섞는 것도 기억하시고요.


당신은 프레디 머큐리(그룹 퀸의 보컬리스트)가 멋지게 부르는 ‘학교종이 땡땡땡’이 듣고 싶은가요? 아니면 노래방의 옆방에서 흘러나오는 일반인이 열창하는 보헤미안 랩소디가 듣고 싶은가요? 저는 프레디 머큐리가 부르는 학교종이 땡땡땡을 더 듣고 싶어요. 이와 같이 때론 내용 그 자체보다도 그것을 누가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선호도와 반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설령 당신의 콘텐츠가 다소 부족하다고 여겨지더라도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부족한 콘텐츠는 당신의 권위가 느껴지는 옷차림과 자신감 있는 태도로 충분히 메울 수 있습니다. 당신 역시 폭스 박사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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