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다닌 회사를 오늘 그만두었습니다.

10년 동안 다닌 회사를 오늘 그만두었습니다.


많은 감정들이 교차했습니다.


오늘 퇴직인사 메일을 사내에 보냈습니다.

직접 인사드리고 싶었지만 그렇게 할 수 없었던 분들에게만 퇴직 인사 메일을 보냈습니다.


퇴직을 앞두고 있는, 혹은 퇴직을 하고 싶어 하는, 혹은 언젠가 결국 퇴직을 할 저와 같은 직장인 분들과 함께 하고 싶어 그 메일을 공유합니다.


다음은 제가 오늘 사내에 보낸 실제 퇴직인사 메일입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점 최 XX 책임입니다.


오늘은 지난 10년 동안의 XX생활 마지막 근무 날이었습니다.


얼마 전 영화 한 편을 보았습니다. 정우, 오달수 주연의 <이웃사촌>이라는 영화였습니다.

극 중 오달수는 야당의 대표 정치인으로 나옵니다. 여당의 정치적 탄압으로 인해 오달수는 가택연금을 당하게 됩니다.

images?q=tbn:ANd9GcRuSnVB_dunUCIqMvjhqt7MKtk2J2ayPwuf7w&amp;usqp=CAU <영화 포스터>



그러던 어느 날 평생 함께 해온 하나밖에 없는 친구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하지만 오달수는 가택 연금 상태였기 때문에 친구의 빈소를 갈 수 없게 됩니다.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구가 떠난 곳으로 가지 못하는 그 심정이 얼마나 비통했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달수는 정장을 깨끗이 차려입었습니다. 현관문을 나서서 대문 바로 앞쪽까지 걸어갑니다. 대문 바로 안쪽에서 서있기 시작합니다. 그 앞에는 경찰과 군인들이 지키고 서있습니다. 오달수가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막기 위함입니다.


그들은 그렇게 밤을 지새웠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었습니다. 보다 못한 한 경찰 간부가 오달수 앞으로 다가와 얘기합니다.


"대표님, 죄송하지만 바깥으로 나가실 수 없습니다"


이에 오달수가 다음과 같이 답합니다.



"바깥으로 내보내 달라고 요청한 적 없네. 나는 단지 내가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친구를 배웅하고 있는 것이네"



그 말을 듣고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극 중 오달수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진정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난 10년 동안 XX에서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노력했던 만큼 좋은 결과가 있었던 적도 있었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좋지 않은 결과가 발생한 적도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시작했던 일이 실제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 적도 있었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시작했던 일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 적도 있었습니다.

노력을 하고 최선을 다하고 좋은 의도로 일을 해도 제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은 저의 영역이 아닌 하늘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름 최선을 다하는 과정에서 저로 인해 기쁨을 느꼈던 분들이 계시다면 좋은 추억으로 간직해 주시고, 저로 인해 상처를 받았던 분들이 계시다면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10년 동안 나름 최선을 다했기에 아쉬운 마음보다는 가벼운 마음이 더 큽니다.

여기 남아 계신 분들의 행복한 날들을 진심으로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 XXX 드림

keyword
작가의 이전글어떤 선택에도 후회하지 않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