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문을 열면 분명 뭐가 있을 거예요. 끔찍한 뭔가...
(남자와 통신하고 있는) 여자 : 뭐가 있어요?
남자: 뭔가 빌어먹을 기억과 관련된... 지금 머릿속에서 이놈이 그런 걸 찾아내고 있잖아요.
(중략)
남자: 분명 엄마 일 거예요. 아마 죽어있을 것 같은데...
(남자와 통신하고 있는) 여자: 엄마 가요?
남자: 목을 매달고 죽어 있을 거야...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 미러 시즌 03, 에피소드 02' 중 한 장면이다.
남자는 게임 개발 테스트에 참가한다. 게임에서는 게임을 하는 사람의 뇌를 스캔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불안을 가상현실로 보여준다. 의식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는 공포를 현실처럼 보여주는 것, 그것이 이 게임의 핵심이다.
게임에 참가한 남자는 문 앞에 놓인 문을 보며 말한다.
"문을 열면 뭔가 있을 거예요..."
문을 열면 어떤 공포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누구나 불안을 가지고 있다.
남자가 말하는 '엄마의 죽어 있을 것 같은 모습'도 실은 남자가 무의식 속에 갖고 있던 불안이다. 남자는 극도의 불안감에 시달린다. 자신이 만들어낸 두려움을 눈앞에 마주할 것을 기정 사실화한다. 벌벌 떤다.
우린 가끔 어떤 대상이 주는 실제 공포보다도 상상 속에서 만들어 낸 공포로 두려움을 마주한다. 실존하는 공포가 아닌 만들어낸 공포지만 실제 이상으로 다가온다.
'다음번 발표에서 떨려서 그만 실수하면 어쩌지?'
'이 말을 하면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이런 질문을 하면 이런 것도 모른다며 날 무시하지 않을까?'
'저걸 주우면 나를 비웃지 않을까?'
발표에서 실수할 수 있고, 내 말을 듣고 화를 낼 수 있고, 내 질문에 사람들이 비웃을 수 있다. 그런데 그 말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어떨까? 발표에서 실수하지 않을 수 있으며, 상대방이 내 말을 듣고 용서해 줄 수 있으며, 내 질문이 좋은 질문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문제이다.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좋지 않은 일이 생길 수도 있는데 굳이 안 좋은 일을 떠올리며 미리 걱정하고 미리 불안해할 필요 있을까?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란 심리적 기대가 실제 발생할 일에 영향을 미친다는 심리학의 한 개념이다. 잘 될 것으로 생각하면 실제로 잘되고, 안될 거라 생각하면 실제로 안 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내가 만든 과도한 불안은 좋지 않은 결과에 실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을 앞두고 걱정과 불안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런 걱정과 불안이 필요 이상으로 커지게 내버려 두어선 안된다. 그럴 땐 이런 생각을 해보자.
"발표에서 실수할 수도 있어. 근데 한 두 번쯤 실수하면 어때. 발표에서 말하고 싶은 것을 자연스레 잘 전달하는 게 중요하지. 지금 최선을 다하자"
"상대방이 기분 나빠할지, 대수롭지 않게 넘길지 미리 걱정하지 말자. 어차피 반응은 그 사람의 선택이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자."
"모르는 것을 물어봤는데 사람들이 날 무시한다면 그건 그 사람들의 생각인 거다. 그 사람들의 생각이 어떠한가 보다 중요한 건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궁금한 것을 물어본다는 거다. 정작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을 수도 있다"
"위험요소는 과대평가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과소평가하면 불안에 빠진다. 불안은 무언가 나쁜 일이 벌어진다는 가정하에 행동할 때 생긴다."
- <아들러의 감정수업>, 게리 D. 멕케이, 돈 딩크마이어 -
무언가를 앞두고 불안이 느껴질 땐 내가 할 수 없는 것보단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자.
무언가를 앞두고 걱정만 하게 될 땐 내가 못하는 모습보다는 내가 잘 해내는 모습에 대해 상상해보자.
실제로는 잘 해낼 것이었는데, 미리 걱정만 하고 불안해한 것이었다면 '괜한 걱정'이었다며 나중에 허무해하지 않을까? 일을 끝내고 난 뒤에 있는 미래의 내가 불안에 떨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한 마디 할 수 있다면 뭐라고 하겠는가?
나 같으면 이렇게 말할 것 같다.
"너무 떨지 마. 막상 해보니 별거 아니던데?"
이왕이면 잘 해낼 수 있다는 믿음, 잘 해낼 것이라는 마음을 갖자. 그러한 믿음과 마음이 실제로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줄 거라 믿는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악의 4분의 3은 공포심에서 태어난다...(중략) 그러나 사실, 공포심의 정체라는 것은 현재 자신의 마음 상태가 어떠한가에 달려 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의 힘으로 얼마든지 변화시킬 수 있다. 자신의 마음이기에.
- < 아침놀 >, 니체 -
니체도 말하지 않았던가. 내 마음은 내가 변화시킬 수 있다고.
내 마음을 내 맘대로 조정해보는 내가 되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