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직장인과 철학자의 대화

다음은 내가 직장을 다닐 때 가졌던 실제 고민을 한 가상의 철학자와 나눈 가상의 대화이다.

혹시 공감하고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직장인이 있을지 몰라 옮겨 보았다.






김대리: 회사 생활 힘드네요.


철학자: 왜 그런가? 무슨 일 있나?


김대리: 제가 생각하는 것과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준이 다른 것 같아요.


철학자: 흠... 그럴 수 있지. 무슨 일이라도 생겼던 건가?


김대리: 네. 저희 팀은 팀마다 돌아가며 한 명씩 그날 마감 업무 보고서를 쓰는 것이 있거든

요. 한 팀에서만 매일 쓸 수 없으니 팀마다 매일 돌아가며 쓴단 말이에요. 5개의 팀

이 있으니 한 팀이 5일에 한 번꼴로 쓰는 꼴이죠.


철학자: 응 그렇군.


김대리: 근데 이 업무 보고서를 쓰게 되면 남들보다 퇴근을 좀 더 늦게 할 수밖에 없단 말이

죠. 한 30분 정도 더 걸린다고 보시면 돼요.



철학자: 응 그렇겠군.


김대리: 네. 제가 보기엔 이게 좀 불공평하다고 판단했어요.


철학자: 오. 그런가? 어떤 점이?


김대리: 업무 보고서 작성은 팀마다 한 명씩만 쓰면 된단 말이에요. 그런데 모든 팀의 인원수

가 같은 게 아니잖아요. 어떤 팀은 팀원이 10명이고 어떤 팀은 팀원이 4명이에요. 팀

별로는 5일에 한번 꼴이지만 개인별로 봤을 때 인원이 많은 팀의 팀원은 더 적게 쓰

고, 인원이 적은 팀의 팀원은 더 자주 쓸 수밖에 없는 것이죠.


철학자: 흠. 그럴 수 있겠군.


김대리: 네 저는 사실 10명이 있는 팀의 팀장이에요. 가장 팀원이 많은 팀의 팀장을 맡고

있죠. 물론 제가 저희 팀만 생각한다면 그냥 이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낫겠죠.


철학자: 그렇겠지.


김대리: 근데 저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많은 돈을 버는 사람이 세금을 더 많이 내듯,

더 많은 인원을 가지고 있는 팀이 더 많은 배려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철학자: 흠. 그래 훌륭한 생각이군.


김대리: 네 그래서 저는 인원수에 맞게 마감 업무 보고를 쓰는 것이 어떻겠냐고 저희

팀원들에게 제안을 했지요.


철학자: 오 그랬군. 그래서 반응이 어떻던가?


김대리: 네 예상했던 대로 시큰둥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요. 자기들은 지금 이대로가

좋겠지요. 굳이 더 자주 보고서를 써서 더 자주 늦게 퇴근하는 걸 바라지 않겠지요.


철학자: 그렇지. 그럴 수 있겠지.


김대리: 하지만 저는 이게 좀 이해가 안 돼요. 아니 싫어할 수 있는 건 이해가 가요. 그렇지만

상식적인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제가 이런 얘기를 꺼내기 전에 본인들이 먼저 알아서

규칙을 바꿔보자고 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철학자: 나도 자네 말에 동감하네. 더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는 팀이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것에 대해선 나도 같은 생각이네.


김대리: 그렇죠? 그래서 가끔씩은 제가 너무 나서는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해요. 저는 단지

한 팀의 팀장 입장에서 상황을 바라보지 않고 그 보다는 좀 더 큰 범위에서 바라보려

하거든요? 근데 이게 잘못된 건가요?


철학자: 흠. 그게 잘못되었다고 볼 수는 없지. 모두가 자신의 관점에서만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하려 한다면 서로 간 협업이나 이해, 배려는 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지.


김대리: 선생님께서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마음이 조금 풀리긴 하네요. 감사합니다.


철학자: 사실 조직이란 곳이 원래 좀 그런 곳이지. 자신이 맡고 있는 업무나 팀의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문제를 해결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철학자 니체도 말했네.


“조직과 파벌이라는 것은 고만고만한 도토리의 집합체, 작은 물고기의 무리와도 같아

서 사고방식까지도 보통 사람의 틀 안에 가두어 버린다. “라고.


그래서 자네가

자네의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그 이상의 높이에서 현상을 바라보는 행위를 니체가

만약 봤다면 조직이라는 좁은 세계를 초월한 사람이라고 칭찬을 해주었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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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리: 선생님께서 그렇게 까지 말씀해 주시니까 조금 부끄럽기는 하네요. 그래도 그렇게

말씀해주시니까 마음이 많이 풀린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많이 불편했었거든요. 내가

너무 오버하는 것인가? 내가 잘못된 것인가? 하고요. 내가 우리 팀원들을 챙기지

않으면 누가 우리 팀원들을 챙기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말이죠. 그래서 한편 마음이

내내 불편했는데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시니 위로가 됩니다.


철학자: 그렇게 말해주니 나도 고맙네. 자신이 있는 위치보다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 생각해

보는 자세는 중요하네. 아까도 말했지만 모두가 자신이 처해있는 상황, 자신이 담당하

고 있는 업무 관점에서만 일을 해결하려 한다면 개인과 조직은 항상 그 수준에만 머

무를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지. 어쨌든 자네는 남들이 하게 어려운 생각을 한 것

이니 너무 불편한 마음은 갖지 않도록 하게나.


김대리: 아 네 정말 말씀 감사합니다. 선생님. 그래도 매번 이러면 저도 힘들어질 것 같아요.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생각을 할 때마다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고 제안하면 제 역할 자

체가 모호해질 것 같아서요.


철학자: 오호. 그래서?


김대리: 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있으면 절반만 말하고 말한 것 중에 절반만 실행해 보려 하니

다. 저도 직장인인데 사람들과 어느 정도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겠지요. 하하.


철학자: 허허. 그래 그 적당한 비율은 자네가 잘 알고 있겠지. 건투를 비네.


김대리: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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