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L 씨는 상사 때문에 심리 상담을 받고 있다. 입사 초기에는 상사와의 관계가 좋았다. 상사가 L 씨를 이 부서, 저 부서를 데리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폭풍 칭찬을 하기까지 했다. “L 씨는 정말 일을 잘해요. 얼굴도 예쁘고요.” 가는 곳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L 씨 칭찬을 하는 바람에 L 씨의 어깨가 으쓱해질 정도였다. 자신이 정말 훌륭한 직원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사회생활에 자신감이 붙으면서 별 거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뜻하지 않은 곳에서 발생했다. L 씨의 연차가 쌓이고 점차 일이 늘면서 업무에 집중하는 시간이 필요해지면서부터였다. 하지만 상사가 그런 L 씨의 사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업무시간 중에 틈만 나면 L 씨에게 다가와 이 얘기 저 얘기를 늘어놓았다.
가뜩이나 일에 치여 바빠 죽겠는데 미칠 노릇이었다. 그렇다고 상사에게 “제발 꺼져주세요”라거나 “죄송한데, 지금 제가 무척 바쁘니 나중에 얘기하면 안 될까요?”라고 대놓고 말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상사가 다가오면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일단 이야기는 들어주었다. 하지만 눈치 없는 상사는 5분, 10분, 심지어는 30분 이상씩 L 씨의 시간을 잡아먹었다. 그런 날이 계속되자 L씨도 이야기를 조금씩 건성으로 듣기 시작했다. 그 후부터였다. 상사는 L 씨에 대한 험담을 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요즘 L 씨 근무 태도가 너무 안 좋아.” “L 씨가 예전 같지 않아.” 등의 험담이었다.
다른 직원들에게서 상사가 그런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을 때마다 L 씨는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맡은 업무를 잘하고 싶어 그런 것인데 이런 식의 모함을 받으니 너무나 억울했다. L 씨의 자존감은 점점 바닥으로 떨어졌다. 자신이 못난 사람이 된 듯했다. 능력도 미래도 희망도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런 기분은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깊어졌고 결국 혼자 버티기 힘들어 심리 상담을 받으러 온 것이다. 이런 사례는 의외로 많다. 타인에 의해 자신감을 잃고 자존감까지 상처 입은 사람들 말이다. 자신감과 용기를 주었던 사람이 자신의 험담을 하고 다닌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면 그럴 수밖에 없다. 그 상대가 상사라면 더욱 그렇다.
물론 자존감을 형성하는 데 타인의 평가는 큰 영향을 미친다.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니 말이다. 인생은 어쩌면 평가의 연속이다. 매 순간 평가를 받는다. 성적으로 평가받고, 외모로, 학벌로, 성격으로, 재산으로, 매너로 평가받는다. 이왕이면 좋은 평가, 좋은 소리를 듣고 싶은 건 인간의 당연한 심리다. 하지만 타인의 평가에 너무 의존하면 안 된다. 그들의 평가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가치관, 인생관, 경험, 환경, 유전적 요인, 신체적 조건, 능력은 모두 다르다. 자신이 가진 그런 특성이 타인에 대한 평가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그들에게 내 자존감을 맡길 이유가 없다. 나 자신도 나를 잘 모를 때가 있는데 어떻게 그런 사람들이 나를 단정 짓고 정의하고 평가하겠는가. 그런 이들에게 내 자존감이 휘둘리도록 놔두는 일이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내 자존감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타인의 평가에 휘둘리지 않으려면-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