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회사에 새로운 인사제도가 도입된다는 소문이 조직 내에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언제부터 시행되는지, 무엇이 바뀌는지에 대한 공식 안내가 없어 구성원들은 제각각 추측하고 있다.
그 결과 인사부서가 의도한 방향과는 전혀 다른 제도로 오해되고 있다.
불확실성은 조직의 불안을 키운다.
예고 없이 어떤 시스템/제도가 바뀌고 공지가 없는데 소문이 무성하며,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의 포지션이 사라져 있다면 구성원은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는가?"
"왜 나는 몰랐는가?"
이 두 질문이 시작되면 불안은 커지고, 불신은 깊어진다.
그렇게 구성원은 본인의 일보다 '조직의 상황 또는 분위기'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된다.
일에 대한 몰입은 점점 줄어든다.
문제는 인사부서 스스로가 이러한 불확실성을 만들고 있다는 데 있다.
'전략적 파트너'를 지향한다고 선언하면서 실제로는 '깜깜이 인사'를 반복하며
조직 내 최악의 파트너가 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모든 인사정보를 공개할 수는 없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거나, 시기상 조율이 필요한 사안도 분명 있다.
하지만 '어차피 안 알려줘도 다 알게 된다'는 현실을 생각해 보면,
인사의 침묵은 결과적으로 더 큰 오해를 낳는다.
정보를 통제한다고 믿는 순간, 오히려 소문과 추측이 인사를 대체하게 된다.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만들어 놓은 프로세스조차 불신을 키우는 수단으로 전락한다.
인사는 더 이상 '밀어붙이는 부서'가 되어선 안된다.
명분이 있고 전략적 판단이 따르는 일이라 해도,
구성원의 눈높이에 맞춰 소통하고 설명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고통을 수반하는 인사일수록, 소통은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다.
완벽한 설명은 어려울지라도,
"왜 이런 결정이 필요한가?", "무엇을 고려했는가?", "어디까지가 확정되고 어디까지가 예정인가?"를
명확히 전하는 것만으로도 조직은 다르게 반응한다.
나는 좋은 인사란, '예측 가능한 인사'라고 생각한다.
불확실성이 최소화되고 그 안에서 구성원이 자신이 설 자리를 가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인사의 진짜 전략적 가치다.
깜깜이 인사는 인사의 권위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무능과 불통의 상징으로 인식된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예전처럼 '위에서 정하면 끝'이라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구성원들은 인사결정의 흐름과 맥락을 이해하고 싶어 하고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신호를 받기 원한다.
조직의 신뢰는 그렇게 작은 신호의 축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인사는 불확실성을 줄이는 일이다.
그 첫걸음은 더 많이 묻고 더 많이 설명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잘못된 것이 있다면 감추는 것이 아니라 고치는 데 집중하고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이 있다면 '결정되지 않았다'라고 솔직히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사가 진짜 전략적 파트너가 되고 싶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조직을 안심시키는 것'이다.
변화가 있어도 방향을 이해할 수 있고, 납득이 가능하고 최소한 예측 가능한 조직 안에서
비로소 구성원은 자신의 일에 몰입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인사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