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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을 멈추는 방법은 없을까

by 소기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이 기침이다.



당사자는 말할 것도 없고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숨이 턱턱 막히고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 '당사자'가 아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기침이 나오려고 하면 우선 크게 숨을 들이마시는데, 이때부터 숨소리가 가늘게 떨린다. 그러다 순간 숨소리가 딱 끊어지며,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리고 채 1, 2초가 지나지 않아 '크헐!' 하고 기침이 터진다. 기침은 보통 6,7회 반복된다. 아무 소리가 나지 않는 1, 2초, 얼굴이 일그러지는 그 찰나가 1, 2분처럼 느껴진다. 그 시간 동안 함께 숨을 멈추고 함께 얼굴이 일그러진다.


무엇보다 견디기 어려운 것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다. 약을 먹여도 등과 가슴을 톡톡톡 두드려 주어도 즉시 기침이 멎지는 않는다. 게다가 약은 쓰고 두드리는 것은 싫어한다. 기침을 가라앉혀 준다는 무즙, 도라지조청, 꿀을 먹여도 채 삼키기도 전에 기침이 터지고, 그걸 보는 속이 터진다. (그런데 무즙에는 꿀을 아무리 넣어도 왜 매운맛이 가시지 않을까? 달고 매운맛에서 아주 달고 매운맛, 이어서 몹시 달고 매운맛으로 변해갈 뿐 매운맛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나도 먹기 싫은데 아이는 얼마나 싫을까.) 자다가 기침이 터지면 그 작은 몸이 쿨럭 소리에 통 튀어올라 아주 자연스럽게 양반다리를 하고 앉는다. 눈도 뜨지 못한 채 (자신이 자다가 왜 그러고 앉아 있는지도 아마 모르는 채) 앉아 있다가 "무울" 하거나, 음냐음냐 하다가 옆으로 쓰러져 눕는다. 물을 찾으면 그렇게 대견하고도 안쓰럽다. 그러나 몇 초 안에 옆으로 쓰러지므로 그런 마음보다 몸이 더 빨리 반응한다. 미리 떠 둔 물을 가져다가 입에 갖다 대 준다. 물을 마시든 그렇지 않든 앉았다가 다시 누우면 대여섯 번 더 기침을 한다. 기침 소리가 어찌나 큰지 방안을 울리고 바닥이 떨릴 정도다. 그야말로 온몸으로 기침을 해대는 것이다. 옆에 있으면 한숨이 나오는 걸 참기 어렵다.


토요일에 소아과에 갔다. 한 시간을 기다렸고 5분 정도 진료를 받았다. 별로 심하지 않아 항생제를 쓸 필요는 없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점점 심해지더니 일요일 밤에(시간으로는 월요일) 응급실에 갈 수밖에 없었다. 한 시간을 기다렸고 3분 정도 진료를 받고 10분 기다렸다 2분 정도 검사를 받고 다시 20분을 기다린 끝에 '괜찮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밤새 기침은 멎지 않았다. 괜찮다는 말을 병원에서 들으면 두 가지 생각이 든다. 다행이라는 생각과 그렇다면 왜 이러지? 하는 생각. 그래서 안심이 되지만 완전히 마음을 놓지는 못한다. 그러니까 마음이 놓이지만 완전히 안심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때부터 왜 그럴까 고민이 시작된다. 대개 결론은 부모 잘못이다. 한두 번 기침을 할 때 병원에 갔어야 했는데(사레들린 거라고 했었지, 미안해), 주말에 집에서 쉬게 했어야 했는데, 자주 환기를 시켰어야 했는데, 공기청정기 필터를 진작에 갈았어야 했는데, 가습기를 틀었어야 했는데, 심지어 한우를 먹였어야 했는데(호주산 특가 판매하길래, 미안해)...... 자책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덕분에 집안에서, 기침을 일으킬 수 있는 원인을 찾아 해결하기에 힘쓴다. 청소를 깨끗이 하고, 환기도 자주 시키고, 환기를 시켰으니 공기 청정기를 틀고(아 필터! 얼른 주문해야지), 안방이 좀 답답한 느낌이라 거실에서 잘 수 있게 매트를 깔고, 빨래를 해서 거실에 건조대를 가져와 널고, 도라지 조청, 꿀, 프로폴리스 챙겨 먹이고, 물도 자주 먹이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 몸 하나는 끔찍이 아낀다는 점이다. 기침할 때마다 물을 꼭 마시라고 700ml짜리 물통에 가득 채워 줬더니, 야구를 보다가도 너튜브를 보다가도 책을 보다가도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도 이불 위에서 뒹굴뒹굴하다가도 심지어 자다가도, 기침을 하면 알아서 물을 마셨다. 하루 저녁에 두 통 반을 마셨다. 기침약은 말할 것도 없고 "아빠, 나 도라지조청 먹었어? 꿀 먹었어? 프로폴리스 먹어야 하는데?" 하며 자기 먹을 것은 엄마, 아빠보다 더 잘 챙겼다. 어쨌든 기침을 시작한 지 5일 만에, 잘 때 한 번도 기침을 하지 않게 되었다. 물론 아침에 일어나서 몇 번 하긴 했지만 잠이라도 잘 자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그런데 아내가 출근 준비를 하며 기침을 연속으로 한다. 급기야 현관에서 휴지를 달라고 하더니 코가 빠지게 풀고 나갔다. 그 생각을 하다 갑자기, 커흠! 흠, 흠. 크어흠! 응? 아... 이거 참... 나 원참... 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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