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멋진 하루의 훌륭한 마무리

by 소기

별빛정원 우주(OOOZOOO)



별빛정원 우주(OOOZOOO)는 '멋진' 곳입니다. '멋지다'는 말에는 '매우 멋이 있다, 썩 훌륭하다'라는 두 가지 뜻이 있는데 모두 잘 어울립니다. 매우 멋이 있고 썩 훌륭한 곳이 이곳입니다. 입지부터가 썩 훌륭합니다. 덕평자연휴게소와 붙어 있고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이천점과 육백 미터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휴게소와 붙어 있고 아울렛과 떨어져 있지만 둘 다 붙어 있다고 해도 무방한 정도의 거리입니다. 그러니 잠시 쉬어 가기에도 좋고, 매우 멋이 있는 (영수증도 있는) 하루를 썩 훌륭하게 마무리하기에도 더없이 좋습니다.


야간 개장(밤 열 시 혹은 열한 시까지)도 하고 주간 개장도 하는데, 당연히 야간 개장이 메인입니다. 어두울수록 빛은 더욱 밝기 때문이지요. 대신 주간에는 야간의 삼 분의 일 가격만 지불하면 입장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조명을 아예 켜주지 않는 것은 너무 심하지 않나 싶습니다. 빛이 없다면 굳이 몇천 원이라도 내고 들어와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야간 입장료는 어른 기준 만 이천 원(어린이는 반 값)입니다. 확실히 야간이라면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볼 만합니다.


일단 들어가면 복잡한 대화는 줄어듭니다. 대신 '아, 와아, 좋다, 어머, 히야아, 멋지다' 같은 간단한 말들을 계속해서 주고받게 됩니다. 그래도 전혀 허전하거나 어색하지 않습니다. 그런 말 이외 다른 말을 생각할 겨를도 필요도 없어집니다. 와아 와아 하며 구경하기 바쁩니다. 온통 빛으로 가득합니다. 혹시 모를 빈틈은 음악이 채워줍니다. 음악과 빛이 끊임없이 섞이고 나눠졌다 합치기를 반복합니다. 경외롭게 휘몰아치다 따뜻하게 위로합니다. 휘황찬란하고 다채롭기도 하다가 어느 구석에서 소소한 빛을 만나면 그만, 마음이 툭 하고 떨어집니다. 그러면 잠시 쉬어가면 됩니다.


별빛정원 우주의 하이라이트는 '우주 타워(아마 맞을 겁니다. 되게 뻔한 이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거든요)'입니다. 우주 타워에 오르려면 탑승권을 구매하고 잠시 기다려야 합니다. 십 분 정도밖에 안 되는데, 워낙에 와아 와아 하다 와서인지 조금 김이 새긴 했습니다. 마치 신나게 고기를 구워먹다 흐름이 끊겼는데 추가 주문한 고기가 나오기까지, 슬슬 지루해지다 급기야 먹기 싫어지는 상황, 이라면 이해가 되실까요? 게다가 아래에서 보니 공중에 꽤 오래 매달려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십 분도 더 되는 것 같았죠. 안 그래도 추워서 덜덜 떨고 있던 터라 아내에게 두어 번, 그냥 갈까 했다가 진득하지 못하다는 핀잔만 들었습니다. 그나마 탑승권을 구입하면 주는 따뜻한 커피(물론 다른 음료도 되고 시원한 것도 됩니다) 덕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습니다. 도너츠 모양의 커다란 테이블이 있고, 둘레에 의자가 있습니다. 의자에 앉고 안전벨트가 채워지면 커다란 도너츠 테이블과 의자가 함께 천천히 회전하면서 공중으로 올라갑니다. 발 받침이 없어서 다리는 허공에서 흔들흔들 합니다. 꼭대기는 삼십오 미터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아파트 십일 층 높이의 허공에서, 발 받침이 없는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지요. 생각보다 춥거나 무섭지는 않았습니다. 안 탔으면 어쩔 뻔했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아내 말을 잘 듣자 하는 생각이 그 다음이었고요. 처음엔 야경을 구경하던 눈길이 차츰 서로에게 향했습니다. 좋은 풍경 속에 있으면 정말 좋은 점은, 함께 있는 사람들과 더 많이 눈을 맞추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십분 정도 하늘에 있다가 천천히 내려옵니다. 바닥에 발이 닿으면 다시 한 번 서로를 봅니다. 참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1998CAM_2019_10_09_20_19_30_FN.jpg
20191009_194857.jpg
1998CAM_2019_10_16_17_52_38_FN.jpg
1998CAM_2019_10_09_19_42_12_FN.jpg
1998CAM_2019_10_16_17_51_20_FN.jpg
1998CAM_2019_10_09_20_00_44_FN.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반드시 챙겨 떠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