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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날에, 여주

1박 2일 여주 여행기

by 소기


여주에 가기로 했다. 여행 갈 곳을 결정하는 데 고려할 점은 두 가지였다. 가깝고 멀지 않은 곳(그게 그거 아닌가 하겠지만 실은 완전히 다른 표현이다. 입 밖으로 소리 내어 읽어 보면 차이는 극명하다. 가까운 곳, 가깝고 멀지 않은 곳). 또 하나는, 무언가 살 수 있는 곳. 그렇다. 우리는 무언가가 사고 싶었고, 그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결혼기념일이었다. 그것도 5주년(1주년은 첫 번째라, 2주년은 부부에게 꽤 오랜 기간을 잘 살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 3주년은 왠지 3은 더 기념해야 할 것 같아, 4주년은 곧 5주년이 온다는 생각에… 다 중요하고 특별하게 챙기지만 5주년에 비할 바 아니다. 바로 그 5주년이다). 매우 중요한 날이고, 매우 중요한 일이 있어 우리는 여주로 갔다.




먼저, '그곳(당신이 생각하는 바로 거기)'에 갔다. 생각보다 한적하고 낯선 나라의 어느 거리처럼(어딘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꾸며 놓아서 꽤 걷는 맛이 있었다. 물론 아이를 안고 걷기에는 그냥 참 넓은 곳에 불과하지만 말이다(그러게 아빠가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라 했니, 안 했니?). 아이가 졸려하지 않는다면 손을 잡고 함께 걷기에 참 좋은 곳이다. 우리는 가야 할 곳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망설임 없이 찾고, 그리고 갔다. 아내도 사고, 나도 사고, 아이도 샀다. 이제 갈까? 응? 그래, 회전목마를 탈 정도의 마음의 여유는 충분해(다른 여유는 다소 줄었지만 말야).


시간이 (그리고 카드의 한도가) 충분하다면 긴 시간을 들여 천천히 둘러봐도 좋을 곳이다. 단 그늘이 귀하니 모자, 선크림, 선글라스, 또는 양산을 꼭 챙길 것.
#신세계사이먼프리미엄아울렛_여주점




숙소에 갔다. 쇼핑을 한 뒤 호텔 침대의 하얀 시트 위에서 새로 산 물건을 뜯어보는 일은 놀랍도록 기쁘고 충만하며 경건하기까지 한 일이다. 그러한 의식을 마치고 우리는 낮잠을 잤다. 꿀 같이 깊고 달았다. 깨기 싫었지만 배가 고프고 말았다. 오리고기를 먹고 호텔 앞 둑방길을 아이와 함께 걸었다. 걷다가 뛰다가 돌다가 멈추었다가 안았다가 다시 뛰다가 춤을 추다가 멈추었다가 다시 뛰었다. 아이의 몸짓 뒤에 석양이 내렸다. 아이의 몸에서 색이 번져나가 대지를 물들였다.


(다소 낡았지만) 워터파크도 있고 워터파크도 있으며 워터파크도 있다. 호텔은 뭐, 그닥, 특별할 것 없었다. 주변 산책로가 좋았다.
#썬밸리호텔




다음 날이다. 우리는 원래 세종대왕릉에 가려고 했었는데 쉬는 날이었다. 대신 마침 숙소 근처에 있다는 금은모래강변공원에 가려고 했다. 그러다 길을 잃었고 이곳을 발견했다. 예전에 만화영화에서 보았던, 홀연히 나타났다 다음날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놀이동산이 떠올랐다. 꼭 그런 느낌이었다. 다시 찾으면 사라지고 없을 것만 같다.


허름하고 기묘하다.
#리버스랜드




드디어 걸어 걸어 원래(여행 계획을 세울 당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세종대왕릉을 대신해 갈 곳을 찾다 운명처럼 금은모래강변공원으로 꽃구경 오라는 현수막을 보았던 때) 가려고 했던 금은모래강변공원에 도착했다. 여기는 구경거리도 없고 (그래서 그런지) 사람도 없었다. 그래서 참 괜찮은 곳이라고 생각했다.


놀러는 가고 싶은데 아무것도 하고 싶지는 않다면 이곳이 제격이다.
#금은모래강변공원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매우 당연스럽게도) 다들(나 빼고, 운전하는 나 빼고 다들) 잠이 들었다. 이 순간이 나는 좋기도 하다. 평화롭고 감동적인 순간이다. 여행은 결국 이 순간을 위해 가는 것 같다. 해야 하는 일은 없고 우리는 돌아갈 곳이 있다, 그리로 가고 있다.




#신세계사이먼프리미엄아울렛_여주점 #썬밸리호텔 #리버스랜드 #금은모래강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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