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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골 May 17. 2023

거짓 없는 소설

12


 형식이 강요하지 않는다면 나는 글을 쓸 때 남의 말을 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유와 맹종이라는 축이 있다면 그것은 어쨌든 맹종을 향해 몇 치라도 이동하는 것일 테다. 요즘 쓰고 있는 이 글들에서는 ‘절대 남의 말을 인용하지 않으리’, 다짐도 꽤나 했다. 아쉽게도 방금 과거의 나를 인용지만.


  먼저 읊어진 말들 중에 시 되뇔만한 것이 다는 것도 아니요 남의 말에서 완전히 벗어난 순수한 사가 가능다는 것. 다만 거슬러 올라가 사람들이 기억하는 최초의 잠언, 그것을 말한 사람이 삶과 사유 속에서 손수 그것을 짜냈듯이 나도 그저 그처럼 애쓰는 것이다.

 럼에도 환절기에 이따금 감기 걸리듯 내 정신은 감히 알려다 잠시 앓기도 한다. 이럴 때는 미음 같은 옛말들은 나를 포근하게 보한다. 무지와 으름, 무엇보다 그런 것들의 원천인 무기력 숨 는 듯한 답답함과 괴로움이 느껴질 때는, ‘조급함은 곧 저급함(K)’이라는 구가 잘 든다.


 지성과 이성을 혐오하는 일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기 마련이다. 사유 대상에그런 것들을 빠뜨리는 건 미련한 짓고, 우열의 율척을 들이대거나 경멸을 내지르는 것은 되레 반지성이다. 어설픈 관용곱게 꾸민 상대주의, 어영부영 타협주의, 지식이 결여된 급진주의 탓에 절망적일 때는 ‘의지로 낙관(G)’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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