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날리는 나에게 묵직한 한 방을 많이 날려줬다. 화려한 간판들과 다양한 상점이 모여있는 뉴마날리 몰로드와 여행자들이 너무나도 좋아할 올드 마날리 경계는 확실했다. 뉴마날리에는 늘 사람이 많았다. 의식주에 필요한 모든것들이 모여있으니 많을 수 밖에 없다. 앗, 그렇다면! 나는 눈을 반짝이며 여느때처럼 뜨개질 상점을 찾아나섰다. 역시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다양한 실이 한 눈에 담겨서 살 걸 추리는데 한참 걸렸다. 보다 못한 샘은 일단 이것만 사고, 다 만들면 다시 오자며 타일렀다. 뜨개상점에서 벗어나 한걸음 뗄 때마다 음식점이 나타났다. 딱봐도 팬시해보이는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었다. 웃긴건 팬시해보이지 않아도 가격은 비슷했다. 메인로드는 양 옆이 상점들로 가득 차있고 중간에는 벤치가 군데군데 있어서 아주 긴 광장같았다.
"헤이, 맴, 두유 니드 숄? 이츠 췹, 릴뤼"
광장에서 릴뤼를 수 없이 외치는 릴뤼맨들을 자주 만났다. 그 만남에 지친 몇몇 관광객들이 벤치에서 쉬어갔다. 쉬다보면 종교 의식을 위한 행진도 벌여졌고, 학생들이 에이즈 캠페인을 하느라 줄지어 가며 소리치기도 했다. 물론 그 앞에는 선생님의 지도가 있었지만 몇몇 친구들의 눈빛은 세상 진심이었고 누구보다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었다. 슬리퍼를 살려고 돌아다니다보면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짝퉁 브랜드가 쏟아져나왔다. 브랜드가 아닌 상품을 찾기가 어려웠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대중성, 그게 가장 중요했다. 없는게 없던 사람 많고 화려한 뉴마날리에서 2-3km 떨어진 올드마날리는 다른 세상이였다. 올드 마날리는 소리가 달랐다. 공사장 꽝꽝, 오토바이 지나가는 몇몇의 소리, 카페에 적당히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 무음이 있었다. 큰 강을 끼고 음식점과 카페가 있었고, 각각의 색깔이 돋보였다. 여행자들이 여기에 미치는 이유가 있지. 여기서 똑같이 슬리퍼를 살려고 해도 일단 나이키, 아디다스 이름이 달린걸 찾기 어렵다. 대신 옆에서 망치 쿵쾅쿵쾅 작업하는 사람 곁에 다양한 가죽 신발이 있다. 모든걸 다 만들지 않았더래도 그런 분위기 있잖아요 예.. 그냥 다 장인같은 그 느낌있잖아요. 여기가 피렌체다 이거야.
여기서 내가 떠올리기만해도 행복해지는 상수동 제비다방 카페를 찾았다. 사장님은 3명이다. 예전에 친구들끼리 밥딜런을 동경하며 음악을 틀고 그림을 곳곳에 두고 그 정신을 본받아 만들었던 카페라고 했다. 햇살이 들고, 인도 음악이 아닌 익숙한 팝송이 들리고, 무엇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있다. 커피에 진심인가 싶은게 커피 베이스 다양한 메뉴가 있다. 이전에 갔던 카페들은 식당개념이 강해서 커피는 아이스티 같은 음료와 같은 의미였다. 맛있고 좋은 커피를 맛 볼 기회가 잘 없었다. 에스프레소 머신 있는곳도 만나기 어려웠다. 골목을 따라 걸어가다보면 조그만한 카페들이 많이 보였다.
카모메식당 기분 들게하는 아주 작은 카페. 술을 먹으라 권유하는 귀여운 카페. 브라질 국기를 달고 우린 브라질식 커피를 지향한다! 외치는 카페. 발걸음을 뗄 때마다 복잡했던 뉴마날리와 달리 이쪽으로 가면 또 어떤게 나올지 호기심 가득찬 나들이였다. 몇 개의 카페를 보다가 알 수없는 소용돌이에 빠져버렸다. 아무래도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곳이니까 이런 카페들이 생겨날 수 있구나. 찾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공급이 생기는구나. 근데 여기는 현지인들도 많이 오는 곳인데. 관광객 파이가 큰 관광시장이구나. 와, 근데 이정도에 다들 너무 좋아서 난리날 정도면 우리나라 사람들 와서 차리면 진짜 끝장 날 것 같은데. 훨씬 깨끗하고, 적당히 감성 부려도 여기선 완벽한 감성일텐데. 여긴 딱히 비수기라는 시즌도 없고. 매년 사람이 어느정도 있고, 더 많은 시즌만 있는거잖아. 베이커리랑 쿠키를 이 정도 돈주고 사먹는 사람들이 있다는건 진짜 장사하기 좋은 곳이잖아..? 월 렌탈비 얼마지.....? 나의 말줄임표는 점점 길어졌다.
한국에서 당연한게 여기서 당연하지 않은거에 대해서 불평만 했는데 그걸 역으로 이용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한국에서 숙소/카페가 깨끗하고 각자의 개성에 따라 분위기를 갖추는게 당연하다면 여기서는 당연하지 않으니까. 거기서 쓸 에너지의 반만 여기에 투자해도 되지 않을까. 비용은 훨씬 쌀테고, 법적인거랑 여기 사람들 관계적인것만 해결되면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한번 알아봐 말아? 내 머릿속은 팽팽팽 바쁘게 돌아가면서 신나버렸다. 내가 가진 꿈을 여기서 이루게 되려나. 쿵쾅쿵쾅 묵직한 한방이 날라왔다. 떨리는 마음을 한 켠에 밀어두고서 일단 여행하면서 인도를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