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남은 궁궐

임금이 되기엔 너무 어렸던 아이, 단종

by 두부

사랑하는 우리 ○○에게,


○○야, 팔베개해 줄게 이리 와 보렴.

자, 그럼 눈을 감고 또 역사 속으로 떠나볼까?


어젯밤엔 엄마, 아빠를 일찍 여의고

왕이 되어야 했던 단종 이야기까지 했었지?

오늘은 그 단종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들려줄게.



단종이 태어났을 때, 할아버지 세종은 무척 기뻐하셨어.

하지만 마음 한편은 무거웠지.

아들인 문종은 몸이 약해서,

오래 살지 못할 것 같았거든.

그래서 손자인 단종이
너무 어린 나이에 혼자 남게 될까 봐
세종은 걱정이 많으셨단다.


그 걱정은 곧 현실이 되었어.

아버지 문종은 왕이 된 지 2년 3개월 만에
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단종에게는 엄마도,
할머니도 이미 곁에 없었지.


그렇게 단종은 겨우 열 살에 혼자 궁궐에 남아

왕이 되어야 했단다.


너무 어린 단종이 나라를 혼자 이끌 순 없었어.

그래서 문종은 죽기 전에

믿을 만한 신하들에게

단종을 잘 보살펴 달라고 부탁했어.

우리는 이 신하들을 고명대신이라고 불러.

나라가 흔들리지 않게, 단종이 외롭지 않게 지켜주길 바랐던 거야.



그런데 이때, 문종의 동생인 수양대군

말없이 자신의 힘을 키우고 있었어.

어린 조카를 대신해

자신이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 거지.

그런데 또 다른 동생인 안평대군

고명대신들과 친하게 지내며,

점점 더 중심에 서게 되자

나라가 흔들릴까 봐 걱정했단다.


그러다 1453년, 수양대군은 결국 큰 결심을 했어.

자신에게 반대하던 신하들과 안평대군까지 모두 없애고

나라의 모든 힘을 스스로 잡게 되었지.

이 사건을 '계유정난'이라고 불러.


그 일 이후, 단종 곁에는 믿을 만한 사람이 하나둘 사라졌어.

삼촌도, 유모도, 신하도

모두 목숨을 잃거나 유배를 떠났지.

결국 단종은 더는 왕의 자리를 지킬 수 없었단다.

열세 살이 되던 해,

자신의 삼촌인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내주었어.


그 자리를 차지한 수양대군은

스스로를 세조라 불렀지.

세조는 나라를 안정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어린 조카를 몰아내고 얻은 자리라는

소문과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어.



그 무렵, 단종을 다시 왕으로 모시려는 움직임이 있었단다.

처음으로 나선 건 고명대신 중 몇몇 신하들이었어.

성삼문, 박팽년, 이개, 하위지, 유성원, 유응부 같은 이들이

목숨을 걸고 단종을 왕으로 만들려고 했지만,

결국 그 계획은 들통나고 말았어.

세조는 이들을 큰 위협으로 여기고,

끝내 모두의 목숨을 빼앗았단다.

사람들은 그들의 마음을 높이 사며, ‘사육신’이라 불렀어.


이 일로 단종은 이전 임금이라는 지위도 뺏긴 채,

멀리 강원도 영월로 보내졌어.

그곳에서 하늘만 바라보며 지내는 날들이 이어졌지.

단종은 슬픈 마음을 시로 써 내려가기도 했단다.


조금 뒤, 단종을 임금으로 만들려는 시도가 또 있었어.

이번엔 세조의 동생인 금성대군이 나섰지.

그는 예전부터 단종과 가까운 사이였기에

이미 먼 곳에 유배되어 있었지만,

몰래 사람들을 모았단다.

하지만 이 일도 들키고 말았어.

세조는 금성대군을 죽였고,

그 일로 단종도 세상을 떠나게 되었단다.


그때 단종은 겨우 열여섯 살이었어.

너무나도 짧고 안타까운 삶이었지.


누구보다 착하고 총명했던 단종.

많은 이들이 그를 가엾게 여겼단다.

그래서 훗날 조선의 임금 숙종

단종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그를 다시 '왕'으로 인정해 주었단다.



○○야,


아직 어린 나이에 사랑하는 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서 임금이 되어야 했던

단종의 마음은 어땠을까?


그가 정말 바랐던 건,

왕의 자리가 아니라,

가족과 함께 보내는 평범한 하루였을지도 몰라.


역사 속엔 이렇게 마음 아픈 이야기들도 참 많단다.

그 시절 누군가의 슬픔도

우리가 오래 기억하고, 잊지 않는다면

그들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까?


그럼, 오늘도 눈 감고

조용히 마음을 다독여보자.

잘 자렴, 우리 아가.




작가의 생각


"내가 왕이 될 상인가?"로 유명한 수양대군.


그런데 단종실록은 수양대군, 그러니까 세조의 재위 중에 편찬된 기록이므로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그대로 다 믿기엔 어려운 면이 있죠.


그래서 이번 이야기에서는 기록과 사실,

그리고 개연성과 감정 사이에서 많이 고민했답니다.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풀어내되,

너무 왜곡되거나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신중하게 썼습니다.

그 점 참고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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