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왕의 시대, 불꽃이 된 장군

오래된 권력과 새로운 세대의 이야기, 예종

by 두부

사랑하는 우리 ○○야,


오늘은 조선의 여덟 번째 임금, 예종의 이야기를 해 줄게.


예종은 세조의 둘째 아들이었단다.

형인 의경세자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자

그다음 세자로 임명되었지.


하지만 예종도 몸이 약했어.

게다가 임금이 될 때의 나이는

열여덞 살, 아직 어린 나이였단다.

그래서 어머니 정희왕후와

세조가 남겨둔 몇몇 어른 신하들이

함께 도와 나라를 다스렸단다.

이런 제도를 ‘원상제’라고 불렀어.


그런데 예종이 왕이 된 궁궐 안에는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흘렀어.

세조가 왕이 되는 일을 도왔던 구공신들은

세조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여전히 나라의 중요한 일을 맡고 있었지.

그중엔 한명회신숙주도 있었단다.

이 이름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어제 이야기했던 이시애의 난 기억나니?

세조 때의 그 반란을 평정하며 공을 세운 이들이 바로 신공신이었단다.


이렇게 나라에는 두 무리가 있었어.


구공신은 “신공신이 우리 자리를 빼앗는 건 아닐까?” 걱정했고,

신공신은 “구공신이 어린 임금 곁에서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어.”

하며 서로를 의심했지.


그렇게 궁궐 안엔 보이지 않는 싸움이 자라났단다.


신공신 무리 중에는 남이라는 젊은 장군이 있었어.

용감하고 똑똑해서 백성들에게 사랑받았단다.

전쟁터에서도 언제나 앞장섰고,

불공평한 일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았지.


하지만 이런 남이의 모습이

오래된 공신들에게는 불편했어.

“저 젊은 장군이 너무 인기가 많군.”

“혹시 우리 자리를 노리는 건 아닐까?”

그들은 두려워했단다.


그러던 어느 날,

남이와 가까웠던 유자광

깊은 밤 급히 궁궐로 달려와 임금께 이렇게 말했어.


“전하, 오늘 저녁 제 집에 남이가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나눠보니…

글쎄, 반란을 꾸미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말에 남이는 체포되었고,

예종이 직접 죄를 물었단다.


“정말 그런 생각을 한 게 사실이냐?”


남이는 얼굴이 창백해진 채 대답했어.


“유자광이 저를 시기해서 거짓말을 하는 겁니다!”


남이는 나라가 어지러워지는 걸 막으려고

힘이 너무 커진 구공신들을 다스리려 했을 뿐,

임금을 바꿀 생각은 없다고 했지.


남이는 끝까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그 말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단다.

오랜 조사 끝에 지친 남이는

결국 죄를 인정하고 말았어.

그렇게 젊은 장군 남이는

죄인이 되어 처형되고 말았단다.


백성들은 그 이야기를 듣고 슬퍼했어.


“남이는 의로운 장군이었는데,

이건 누군가의 모함이 틀림없어.”


사람들은 그렇게 수군거리며,

그 일을 오랫동안 잊지 못했지.


남이가 정말로 어떤 생각을 했는지,

유자광의 이야기는 질투에서 비롯된 것인지는

영영 아무도 모르게 되었지만 말이야.




이렇듯 예종은 신중하고, 일도 잘했을 뿐 아니라,

반란에 대해서는 확실히 처리하는

강한 모습도 보였단다.


하지만 병세는 점점 깊어졌고,

왕이 된 지 1년 2개월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어.




○○야,


예종의 시대는 짧았지만,

그 안에는 많은 교훈이 숨어 있단다.


힘을 가진 오래된 사람들과

새롭게 나라를 바꾸려는 젊은 사람들의 싸움,

그리고 정의를 향한 한 젊은 장군의 선택.


그건 과연 참된 용기였을까,

아니면 성급했던 실수였을까.

너무 빨리 일을 이루려 했던 게

문제였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또 하나,

말은 한번 나오면 다시 담을 수 없으니까

항상 조심해야 한단다.

아마 남이의 가장 큰 잘못

이거였을지도 모르겠네.


때로는 바른 뜻이

모두에게 환영받는 건 아니란다.

그리고 오늘의 작은 불씨가

나중에 더 큰 화로 번지기도 하지.


내일은 또 다른 왕의 이야기가 펼쳐질 거야.

기대하렴.


그럼, 이제 불 끄고,

코 자자꾸나.

사랑해, 우리 아가.




작가의 생각

이제 다음은 성종입니다.

솔직히 말해, 개인적으로 제가 썩 좋아하지 않는 왕 중 한 명이죠.

그래도 최대한 제 의견은 빼고 쓰려고 합니다만…

이미 마음이 삐뚤어진 상태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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