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만든 질서, 그리고 지워진 사람

성종, 법이 나라를 세우고 사랑이 한 사람을 무너뜨렸다

by 두부

사랑하는 우리 ○○야,


어제는 어린 나이에 임금이 되어

성인이 될 때까지 할머니인 정희왕후의 섭정을 받았던

조선의 아홉 번째 임금, 성종 기억하니?


성종은 어려서부터 공부를 좋아했단다.

그는 나라를 다스릴 때 무엇보다 배움과 예절을 중요하게 생각했어.

그래서 학문이 나라의 기둥이 되도록 힘썼지.

궁궐에서는 현명한 선비들을 뽑아 나랏일을 맡기고,

성종은 학교 같은 ‘향교’를 통해,

지방의 아이들도 글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왔단다.


그 시절 조정에는 두 가지 큰 세력이 있었어.

한쪽은 오래된 권력인 훈구 세력으로

세조 때부터 힘을 쥐고 있던 사람들이었지.

다른 한쪽은 학문이 깊고 곧은 마음을 가진 사림파였어.

성종은 뇌물을 받고 백성을 괴롭히는 훈구 세력을 막기 위해

새로운 인재인 사림파를 불러들였단다.

그들은 성종과 함께

나라를 바르게 세우려는 새로운 바람이 되었지.


또한 세조 때부터 만들던

《경국대전》도 성종 때 드디어 완성되었지.

이 책에는 나라의 법과 사람들이 지켜야 할 규칙이 정리되어 있었어.

성종은 이 법을 사람들에게 퍼뜨려

모두가 법을 지키며 살아가는

바르고 질서 있는 조선을 만들고자 했단다.


그리고 성종은 나라의 가장자리에서도

싸움보다 평화를 먼저 생각했어.


북쪽에는 추운 땅에 살던 여진족이 있었는데,

자주 국경을 넘어와 마을을 괴롭히고 물건을 빼앗곤 했지.

그래서 성종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병사들을 보내 막기도 하고,

스스로 항복한 사람들은 다시 조선 땅에서 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단다.


남쪽에 사는 바다 건너 일본 사람들과는

평화를 위한 대화를 선택했어.

서로 물건을 사고팔며,

함께 어울릴 길을 찾았단다.


그리고 글과 시를 사랑한 성종은

“우리 조선의 아름다운 글과,

예전부터 전해 내려온 글들을 한데 모아보자.”

하고 결심했어.

그렇게 만들어진 책이 바로 《동문선》이란다.

그 안에는 시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이 담긴 많은 글이 들어 있었단다.

이로써 조선에는 문화와 예술의 꽃이 활짝 피었지.


나라는 안정되었고,

백성들이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지만…


그런 성종에게도 완벽하지 않은 면이 있었어.


옛날 임금은 여러 아내를 둘 수 있었단다.

어제 이야기했던 윤 씨 기억나니?

윤 씨는 중전, 즉 왕의 아내 중 가장 높은 자리의 왕비였어.

그래서 사람들은 중전을 나라의 어머니라고 불렀단다.

그러나 성종에게는 왕을 모신 다른 부인들,

‘후궁’이 매우 많았지.


윤 씨는 자존심이 강하고 열정적인 사람이었어.

성종이 다른 후궁들을 더 찾자

그녀의 마음속에 질투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단다.

다른 후궁들과 같이 있는 모습조차 보기 싫어했어.

어느 날, 윤 씨는 그 분노를 참지 못하고

성종의 얼굴을 할퀴었단다.

임금에게 그런 상처를 낸다는 건,

그 시대에는 아주 큰 죄였어.


이 일로 할머니인 정희왕후는 크게 화를 냈어.

결국 윤 씨는 궁궐에서 쫓겨나

중전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폐비’가 되고 말았단다.

성종은 그래도 세자의 어머니인 윤 씨를

다시 데려오고 싶어 했어.

하지만 왕실 안 어른들의 다툼과 욕심으로 쉽진 않았지.

신하들도 서로 다른 의견을 냈지만,

정희왕후의 뜻은 끝내 변하지 않았어.

윤 씨는 결국 사약을 받고 생을 마감했단다.


성종은 나라를 단단히 세웠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을 지키지 못했어.

그 마음의 그림자는 오래도록 남았지.

그래서 다음 왕이 될 세자를 걱정하며

“세자의 어머니에 대한 일은 모두 비밀로 하라”

하고 명했어.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비밀이란 없다는 걸,

그는 미처 몰랐던 거야.



내일은 그 뒤를 이은 연산군의 이야기를 들려줄게.

나쁜 일도 많이 했지만,

그 뒤에는 커다란 슬픔을 품은 사람이었단다.

우리는 성종의 업적을 기억해야 하지만,

그의 실수에서도 교훈을 얻어야 해.


사람의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나라를 다스리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걸.


실수에서 비롯된 상처는 다음 세대까지 이어졌어.


그럼 오늘은 여기서 이야기를 마칠게.

내일 또 옛날이야기를 이어서 하자꾸나.

잘 자, 사랑하는 내 아가.







작가의 생각


다음은 드디어 연산군입니다.

‘폭군의 셰프’ 주인공으로도 유명하죠.

드라마에선 멋있었지만,

실제 연산군은 꽤 복잡한 사람이었습니다.

인간적으로 보면 불쌍하기도 하고요...

그래도 제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이번에도 최대한 사실적으로 이야기해 볼게요.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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