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진 진실 속에 왕이 된 소년

외로움으로 자란 임금, 연산군

by 두부

사랑하는 우리 아가야,

저번 이야기 기억하니?

성종은 자신의 얼굴에 상처를 냈던 중전, 윤 씨를
결국 폐위시키고, 사약을 내려 죽게 했단다.
하지만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이융
세자로 세웠지.
세자는 다음 왕이 될 사람이라는 거, 기억하지?


그때 융의 나이는 생일도 채 지나지 않아
겨우 두 살이었어.
너무 어려서 아무것도 모를 나이였지.
그래서 새롭게 중전이 된 정현왕후
자신의 어머니라 믿으며 자랐단다.


물론, 윤 씨에 대한 이야기는
아무도 꺼내서는 안 되었어.
성종이 이렇게 명령했거든.
“이 일은… 절대 입 밖에 내지 말아라.”
그렇게 윤 씨의 이름은
궁궐 속 깊은 비밀이 되었단다.


융은 세자가 되었지만,
그의 어머니를 폐위시키는 데 가장 앞장섰던 할머니는
그를 탐탁지 않게 여겼지.
새어머니 사이에서도
늘 외로움을 느꼈단다.


시간이 흘러,
융은 조선의 열 번째 임금, 연산군이 되었어.


왕이 된 그는 성실하게 왕의 일을 했단다.

비록 아버지처럼 공부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백성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법과 제도를 바로잡으며
나라를 바르게 세우려 애썼지.
“공평하게, 정의롭게!”
그의 눈빛에는
어릴 적 외로움 대신 단단한 결심이 빛났단다.


하지만 나라 안은 이미 복잡했어.
성종 때 새롭게 등장했던 사림파, 기억나니?
그 학자들이 왕에게 바른말을 올리는 대간 자리에도
많이 들어가 있었단다.
그들은 잘못된 일이 있으면
임금에게도 거리낌 없이 말을 했지.


그 덕분에 궁궐 안은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바른말이 오가는 곳이 되었지만,
때로는 간섭이 지나치기도 했고,
자신들 마음대로 하려 하기도 했어.
그래서 임금이 제 뜻을 펴기 어려울 때도 있었단다.


연산군은 그 균형을 잡으려 했어.
그래서 세조 때부터 조정을 이끌던 훈구 대신들을
다시 가까이 두며,
지나치게 강해진 대간의 기세를 누그러뜨리려 했단다.


그 가운데엔 유자광이라는 대신도 있었지.
그는 세조 때 공을 세운 대신으로,
오랫동안 나라의 중심에 있었어.
하지만 사림파 학자들은 그를 ‘소인’이라 부르며
무시했단다.
그래서 유자광은 언제나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했지.


그러던 어느 날, 큰일이 일어났단다.
조선왕조실록을 정리하던 중,
연산군의 증조할아버지 세조를 비판하는 글이 발견된 거야.

그건 바로 사림파 학자 김종직이 쓴 <조의제문>이었지.
그 글에는 세조가 단종에게서 왕위를 빼앗은 일

잘못되었고 옳지 않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단다.


유자광은 그 글을 바로 연산군에게 보고했어.
결국 이 일로
성종 때 세력을 넓힌 사림파 학자들이
큰 벌을 받게 되었지.

이미 세상을 떠난 김종직은 무덤 속에서도 ‘죄인’이 되었고,
그의 제자들도 유배를 가거나 처벌을 받았단다.


이 사건이 바로 무오사화야.
1498년, 연산군 4년, 즉위한 지 5년째 되는 해의 일이었지.


연산군은 크게 분노했단다.
“앞에서는 충신인 척하면서,
뒤에서는 선대 임금님을 욕하다니!”

그래서 많은 신하들이 벌을 받았어.
어떤 사람들은 멀리 유배를 갔고,
어떤 이들은 목숨을 잃기도 했단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연산군은 나라를 바로 세우려는 뜻을 잃지 않았단다.
왕의 권위를 바로 세우려 애썼고,

사림파가 사라지자 그 노력은 결실을 맺었지.

‘권위’란, 임금으로서의 믿음과 신하들을 이끄는 힘이란다.


그리고 연산군은 어머니의 존재도 알게 되었어.
왕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아버지 성종의 묘지문을 읽다가
낯선 이름 하나를 발견했어.


“윤기견… 이 사람은 누구지?”


그 이름은 바로
자신의 외할아버지의 이름이었단다.

그제야 그는
잊힌 한 사람, 어머니 윤 씨에 대해 알게 되었어.

연산군은 어머니의 무덤을 다시 꾸미고,
그 어머니에게 제사를 지내며 절을 드리는 작은 집인

사당도 새로 세웠단다.


하지만 그때는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알지 못했단다.

그래서 한동안 궁궐 안은
조용하고 평온했어.


하지만 머지않아,
그동안 감춰져 있던 진실이
연산군 앞에 드러나게 되지.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야.

비밀을 알게 된 연산군은
어떻게 변해갈까?
다음 이야기에서 들려줄게.




OO야,


진실을 알게 되는 건 참 용기 있는 일이지만,
그 진실이 너무 아프면
사람의 마음이 금세 흔들리기도 한단다.


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누군가의 마음이 다칠 수 있으니까.


이제는 마음을 다독이며 쉬자꾸나.
오늘 밤은 따뜻하고 몽실몽실한 꿈을 꾸길 바랄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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