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꾸는 귀한 꿈에선 작은 밭을 가꾼다
한 마지기 땅을 살 수 있다면 좋겠다. 돈으로 사는 것외에 개척하는 방법은 모르므로, 이미 돈으로 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으므로 그런 생각을 해본다. 한 마지기 땅에 농작물을 심고 한쪽엔 과일 나무를 둘러 심고, 집 마당에 작은 동물들을 놓아 기르고 싶다. 애저녁 퇴근길엔 이런 꿈을 꾸고, 젊음이란 좋은거란 선배들 말속에서 이런 노년을 생각하며, 잠들기 직전에는 모든 꿈을 잊는다. 당장 내일 해야될 일들을 떠올리며 불길하게 잠들면, 꿈 속에서도 나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일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끝나지 않는 업무량에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와서 일을 재촉한다. 새벽에도 여러 차례 깨다가, 왜 이런 멍청한 꿈을 꿀까 내게 되묻는다. 머릿속에 주어지는 꿈은 이렇듯 삭막한데, 저녁 퇴근길엔 다시 푸릇한 꿈들을 주워담는다.
가끔씩 책장을 펼쳐 글귀를 살펴보고 위안을 얻기도 한다. 박노해 시집을 들여다보며 기분이 한결 위로받고, 더위에 들이키는 샘물처럼 정신이 말끔해진다. 오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 한낮 더위 속 적막한 사무실 풍경에 가만히 짓눌린다. 사실 환경보다 중요한 건 사람으로, 적막을 일으킨 사람들의 무심함이 이따금씩 걱정스럽다. 사람들은 여유가 없을땐 서로에게 무심해진다. 서로를 위하기에는 너무나 심신이 지쳐있어 자신조차도 위해주지 못하는 이들이 태반이다. 개중에 한사람으로 일하는 나는, 그래도 먼저 위해줘야지 생각하다가도 그런 마음을 까맣게 잊어버리기도 한다. 그래도 오늘 밤에는 내가 꾸는 귀한 꿈을 꿈에서도 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