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07 21
너무나 피곤해서 쓰러질듯 했다. 지하철 통로를 걷다가 의자가 있을 법한 곳을 기대하며 쳐다보니 이미 한 쌍의 커플이 옹기종기 마주 앉아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양복을 입은 남자와 스커트와 브라우스를 입은 여성이었다. 지나치면서도 정다워 보이는 두 사람이 보기 좋아서 돌아서서도 자꾸 생각이 난다.
지금 지하철을 타면 만원이라, 서서 갈 수 밖에 없다. 앉아서 갈수 있는 버스가 있지만 지하철보다 20분이나 더 돌아간다.
오늘은 정말이지 앉아서 꾸벅꾸벅 졸지 않으면 밤에 병원에 가 있기가 힘들 것 같아, 버스를 타려다가 혼자 '9시 도착하면 병원 방문 시간으론 너무 늦지' 하며 돌아섰다.
역시 지하철 차량은 만원이다. 아저씨 두 사람이 수다를 떨고 있고, 사람들은 혼자 전화기를 붙잡고 떠들거나 휴대폰을 바라본다. 가만히 고개를 떨어뜨리고 조는 사람도 있다. 내가 여유롭게 볼 수 있는 풍경이 이것 뿐이구나.
사실 하루 중 가장 아무것도 안할 수 있는 시간이 출퇴근 시간이다. 가끔씩 휴대폰을 부여잡고 메일을 확인하며 일을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쉴 수 있다. 이 시간에 책을 읽으려고 노력도 해봤지만 불가능하다.
출근 전에 운동 한 시간을 하려고 일찍 일어나는 것만큼이나 피곤한 것이다. 사실 운동은 해야지 늘고, 체력이 늘어야 다음 날 덜 피곤할텐데. 운동을 할 만한 조금의 체력도 남지 않는 게 문제이다.
오늘만큼 회의 준비도 많고, 힘든 날은 더욱 그렇다. 돈을 조금 받고, 야근해가며 일하는 게 어렵지 않는지 자문해본다. 그럴땐 이 일을 계속 해야하는 이유를 떠올려본다.
사실 힘든 만큼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우리 나라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바뀌어야할 점이 많기 때문에 사회 문제를 다루는 단체들은 힘이 든다. 일도 많도 사안도 많다.
산을 하나 넘고 또 넘어도, 그럼에도 다른 산이 마치 파도처럼 펼쳐져 있다. 험난한 길이지만 산을 넘는다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보장도 없다. 어쩐지 같은 길을 헤메는 느낌이다.
그래도 세상엔 좋은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내 눈앞이 캄캄할땐 마치 세상 희망이 다 꺼진듯 하지만, 더 멀리 넓게 바라보면 세상엔 희망도 빛도 많다.
지축역에 열차가 잠깐 멈춰 섰다. 문이 열리며, 석양의 하늘이 붉은 양털처럼 펼쳐졌다. 열린 문은 일 분 정도 따뜻한 하늘을 선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