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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숲 Aug 08. 2016

알수없는 괴로움도 가만히 바라보면

기도하며 글쓰며

청년 독서 토론 모임을 시작한지 육개월 정도가 되었다. 친구 두 명과 새로 만난 사람들이 모여서 제법 괜찮은 모임이 되었다. 우연히 또래들인데 어찌나 다들 친절하고 말도 잘하고 똑똑한지. 엇비슷한 나이때의 젊은 애들이 다 그런건 아닐텐데, 운 좋게도 책읽겠다고 모인 친구들이 다 괜찮았다. 얼마나 오래 이 모임이 지속될지 장담할 순 없지만, 요새들어 나의 작은 즐거움이다. 또 다른 작은 즐거움은 좋은 독서와 글쓰기 시간, 퇴근 후에 맥주 한 캔이다. 그리고 사람들과의 만남은 혼자만의 시간과 잘 어우러져야 마음의 즐거움이 지속된다.

 그 밖에는 쓸데없이 퇴근하고 집에와서 휴대폰이나 만지작거리는 시간이 늘었고, 그렇지 않으면 영화를 찾아본다. 그렇게 시간을 그냥 흘려보냈다. 그러면서도 마음 속 불안감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가끔씩 기도해야지, 책읽어야지, 이제 그만 자야지 하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중얼댈뿐 새벽 두시까지 잠을 않자고 있다가 다음날 아침 피로감에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세운다. 계속 반복되는 시간들 너머에는 지루함과 짜증, 괴로움이 뒤섞여있다.

새로운 직장. 일에 나가면 좋은데 아침마다 나가기 전에 눈뜨기가 싫다. 체력보다도 미리 앞서는 마음 속 걱정들이 더 고단하다. 요새는 사람 관계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저 친구가 모났다는 생각은 해봤지, 내가 복잡하고 예민하단 생각은 못해봤는데 스스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누군가를 오해하고 미워하기는 왜 이렇게 쉬울까? 사랑하긴 어려운데.

 이 지난한 잘못-깨달음-뉘우침-망각의 길을 끝도 없이 반복해 걸으면 얼핏 보기엔 탈출구가 보이지 않아 아주 진이 빠지는 기분이 든다. 가끔씩 괴롭기 때문에 괴로운, 아무 의미 없는 걱정이 나를 괴롭힌다. 그럴땐 이성의 빛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실체없는 두려움을 바라보며 기도할 밖에.

마음 한 구석의 허무함이나 슬픔, 외로움을 가만히 바라보며 이해하면 조금 더 용기가 나고 괴로움에서 멀어진다. 결국 내 모든 괴로움과 걱정은 '두려움'에서 나오나보다.

두려움을 야기하는 인생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할때, 대부분의 문제는 잘못된 습관으로 인한 괴로움이다.(습관적인 행동이든 생각이든) 이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행동이 바뀌어야하고, 행동을 계속 하기 위해선 '의지'가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나에게는 의지를 초월한 것이 기도이다.

 사실 기도를 안하면 힘이 안나고, 평화도 금새 잃어버리고 어딘가 쓸데없는 것에 마음을 쏟으며 위안거리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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