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겨울, 숨을 들이쉬면 공기가 코를 타고 들어와 차갑게 폐를 채운다. 숨을 내쉬면 하얀 입김이 길게 늘어진다. 들이쉬고 내쉰다. 차가운 공기가 입김으로, 숨을 쉰다.
내가 내쉬는 숨은 과연 나만의 것일까.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나의 삶은 과연 나만의 것일까.
나를 지탱하는 것들, 부모님, 형제자매 또는 친한 친우, 사랑하는 사람, 어쩌면 반려동물 또 어쩌면 내가 좋아하는 무언가. 나는 그러한 인연들로 이어져있고 지탱되어 있고 얽혀있으니 어쩌면 나의 삶은 내가 들이쉬고 내쉬는 이 숨은, 어쩌면 나만의 것은 아닐 수도 있겠다.
지인의 지인이 신장투석을 받는다는 소식을 들었다. 퇴근 이후 투석을 받고 나오면 어둠이 길게 내려앉아있다고 했다. 어두운 거리 홀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가운 공기가 코를 통해 들어가고 나오며, 하얀 입김을 내뱉으며 그 길은 얼마나 고단하고 시릴까. 지인은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만하고 싶노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지인의 가족이 신장을 주고 싶다고 이야기했지만 그분은 가족의 건강을 받아 삶을 연장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아주 못된 말이라고 지인의 가족은 울부짖었고 그 이야기를 하는 나의 지인도 목놓아 울었다.
가족의 건강을 담보로 건강해지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그 사람도, 목놓아 우는 그분의 가족도 다 이해가 가서. 까맣게 내려앉은 어두운 밤 병원에서 집으로 홀로 돌아가는 그 길에서 당신은 어떤 감정으로 걸음을 옮길까.
나는 그 사람에게 감히, 주제넘게 말해보고 싶다. 우리는 모두와 유기적으로 얽혀있으니 당신의 숨은 당신만의 것이 아니라고. 당신의 숨, 삶, 목숨. 당신과의 많은 인연들이 당신을 지탱하고 있고 당신과 함께하니 부디, 당신이 가족의 건강을 나눠 받아 함께 건강해지기를 소망한다.
다시 돌아올 당신의 겨울이 혹독하지 않고 따스하기를, 멀리서 당신의 건강과 행복을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