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끌아
너를 뱃속에 품고 네가 태어나고 벌써 1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어..
우린 약 22개월 거의 2년 정도를 함께한 사이가 되었네?
엄마가 너를 통해 엄마가 되었고,
엄마가 되어가는 이 순간들이 드라마처럼 내내 즐겁고 행복하진 않아도,
엄마는 너를 낳아서 키우는 이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순간순간 깨닫고 있단다.
너를 통해 부부,
연인 사이였던 아빠와도 뭔가 보이지 않는 실, 거미줄로 엄청 얽힌 기분이야..
너를 통해 평생의 연이 더욱 진해졌다고 할까?
세상에나.
엄마가 되는 일은 참 쉽지 않더라?
난 좋은 엄마가 될 줄 알았어. 풉. 웃음이 난다.. 자신감이 컸었나 봐.
너를 갖고, 너를 낳고.. 키우면서
엄청 겸손의 순간들을 많이 맞이하는 것 같아.
엄마는 성격이 엄청 까다로운 사람인데..
지금은 그전에 비함 엄청 둥글어졌다.
엄마는 내가 태어나던 날, 순산할 줄 알았거든 당연히..
뭐 그전에 걷기 운동도 하고 딱히 문제도 없었고..
그것부터가 자만이었나?
유도분만 중에 응급상황이 내게 올 줄 누가 알았겠니?
이왕 이렇게 될걸..
처음부터 제왕 절개하고 하반신 마취만 해서 네가 태어나는 그 모습을 같이했어야 했는데..
하지만 이럴 줄 누가 알았겠어..
전신마취에 갑자기 수술하게 되었고 엄마는 그날 널 보지 못했고..
눈을 떴을 땐 수술 후 마취가 깨기 전까지 환자들 모여있는..
(마치 시체 병동 같았다.. )
그리고 너를 그다음 날에야 보았지. 정말 지금 생각해도 걷는 것 조차가 너무 힘들었던 그때야..
지금 생각해도 너무 그때가 아쉬워. 네가 태어나던 그 순간도 그날도 함께하지 못하고 사진으로만 본 게.. 미안하기도 하고..
순산하는 거 자체가 복 중에 복인 것 같아.
라끌아.
엄마는 네 생일마다 작게나마 이렇게 편지를 써주고 싶다.
엄마는 진심이 담긴 편지를 좋아한 편이었고,
쓰는 것을 좋아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확실히 안 하게 되더라.
엄마는 네가 뭘 하던 네가 원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
다만 나한테 바라는 것은,
네가 원하는 부분에 대해서 내가 잘 몰라서,
무지해서 너를 마냥 반대하는 일이 없길..
엄마도 지혜로운 엄마로 늙어야겠지?
노력하는 엄마로 인해
너의 몸과 마음이 조금 더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어..
그리고 살면서 사실 이래저래 변수들이 많을 거야..
그럴 때마다 중심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어.
남의 눈 때문에, 부모 눈치 때문에, 뭘 하고 안 하고 가 아니라
너 자신이 스스로의 기준이 되었으면 좋겠어.
예를 들어서,
친구들이 다 욕을 쓴다고 너까지 꼭 써야 하는 건 너 스스로가 판단하고 행동하길.
친구들이 술, 담배를 한다고 네가 해야 하는지.. 안 해야 하는지는 네 스스로가 판단하고 행동하길.
그래서 엄마는 네가 너를 소중히 생각하고 중심 있게 자라주었으면 좋겠어.
더불어 긍정적인 사고, 올바른 사고를 가지고 자라주었으면 좋겠어. 너무 이기적인 사람은 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어머.. 잔소리 끝이 없다.
예전에 어떤 분과 이야기한 적이 있었어.
본인 아빠가 사행성 PC방(도박 PC방 같은?)을 운영하신대.
그래서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서 약간 당황스러운 적이 있었단다.
그런데 그분이 하는 말이.. " 직업에 귀천이 있나요?"라고 말하더라고,
엄마는 귀를 의심했어 직업에 귀천이 저럴 때 쓰이는 말인가 하고..
더 안타까운 것은, 그분의 직업은 선생님이었단다.. 저런 분이 선생님이라니... 놀랐다.
올바른 사고를 갖는 것도 생각보다 어렵단다. 라끌아..
좋은 직업과 좋은 직장은 사실 없다고 봐 엄마는.. 그건 어디 있던 네가 만들어나가는 거겠지?
말이 참 쉽다.. 그렇지?
우리 라끌이 1년 동안 진짜 많이 컸어.
스스로 끈기 있게 자라는 모습에 엄마도 반성할 때가 있어.
잘 먹어주고 잘 자고 잘 크고.. 고마워.
조금만 징징대면 더 이쁠 거 같다만..
요즘 말귀를 제법 알아들으며 아장아장 걷는 모습에 진짜 엄마는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
비록 엄마가 많은 것들을 해주지 못하더라도
네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그러도록 노력할게.
같이 손잡고 산책도 하고, 여행도 다니고 책도 읽고, 이야기도 하고 할 거 엄청 많다.
재밌는 추억 많이 만들자.
엄마, 아빠는 항상 네 곁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엄마, 아빠 딸로 태어나줘서 고맙고 감사해.
사랑한다.
2018. 10 월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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