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기억하고 싶어서 네게 편지를 쓴다.
우리 예쁜 딸,
오늘 네 유치원에서 학부모 참여수업이 있었단다. 체육활동을 한다기에 엄마보다는 아빠나 고모랑 가고 싶다고 했던 딸아, 조금은 서운했지만 사실은 사실이잖아. 엄마가 운동을 잘하진 못하잖아.
그래도 잘하는 거 다른 것들도 있잖아.라고 말하면서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는 거.
두 시간 반의 짧으면 짧은, 길면 길었던 오늘 수업을 끝내고 동생을 데리러 가기 전 몇 시간 동안 너와 둘이 데이트했던 그 시간들이 엄마는 진짜 소중하고 행복했어.
애기 둘 키우느라 엄마도 사실 항상 내 능력밖의 일이야. 체력의 한계나, 정신적인 무게감에 늘 좌절하던 순간들이 아이를 키우는 기쁨을 보지 못하게 하는 순간들이 길었단다.
오늘 마트에서 어른 원피스 있는 코너로 가면서,
'엄마 이거 이쁘지? 나는 이게 이쁜데 엄마는?'
'웅 나는 이게 이쁘네'
'내가 돈 많이 있음 사줄게!'
그래 별거 아닐 수 있었다. 흔한 엄마와 딸의 대화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엄마는 처음이고 내 딸의 표정, 말투 그리고 마트에서 엄마 꺼 봐주는 그 마음이 고맙고 뭉클했어.
물론 엄마가 평소에도 치마나 구두를 신지 않아서 네가 아쉬워하고 하는 거 엄마도 알지.
엄마는 결혼 전에도 행사가 있지 않으면 그런 차림을 잘 입지 않아서 불편하기도 하고, 언제든지 너희들에게 뛰어갈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런 예쁜 옷을 입기엔 아직 여유가 없더라.
너희들이 조금 더 크면 엄마도 엄마를 꾸미도록 해볼게. 조금 기다려줄래?
더웠지만 너와 걸었던 순간.
다리 아프다고 해서 업어달라고 해서 업었더니 금방 내리겠다고 하던 너.
같이 단 둘이 카페에 가서 엄마는 커피를 마시고, 너는 뽀로로 딸기주스를 먹었어.
야외에서 바람을 느끼며 잠시 네가 해주는 꽃이야기가 고마웠어.
사실 항상 조용히 있고 싶고, 혼자 있고 싶은 게 엄마였는데
오늘 참 고맙고 고맙더라.
엄마가 그동안 삶의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
언제 이렇게 컸나 싶고..
오늘 진짜 고맙고 선물 같은 하루였어.
너도 그랬길.
네 엄마라서 행복하구나.
나를 보고 수다 떨어주고, 좋다고 안아주고, 자식을 낳으면 참 너무 과분한 사랑을 받는 거구나 싶어.
부모를 항상 용서해 주는 사람은 자식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랑해.
엄마가 이렇게 편지를 쓰는 이유는 커서 과거에 이랬어. 이렇게 말할 수 있는데 언젠가 지금의 편지가 네게 선물이 되길 바라고. 젊었을 때 엄마가 쓴 이 편지와 마음이 지금보다 컸을 네게 힘이 되고 사랑이 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