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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젼 Aug 20. 2020

엄마에게  쓰는 편지

부제 : 내 서른여섯 번째 생일날.


엄마.

오랜만에 날이 맑은 편이었어 오늘.

35년 전 오늘 이 더운 날 날 낳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날은 기쁘기도 하지만 너무 힘든 날이었겠다..

고맙고 미안해..




난 오늘 엄마가 많이 생각나는 하루였어..

엄마가 내 나이 때 참 삶과 치열하게 싸우고 버티고 인내하는 시간이었겠구나 싶고..

엄마도 지금 우리 아이들처럼 아기였고.. 소녀였고.. 아가씨였을텐데..


나는 엄마를 엄마로 처음 만났으니.. 내가 엄마가 된 이후에나..

엄마의 어릴 때도 생각하게 되고 소녀였을 때..

아가씨였을 땐 어땠을까 무엇을 좋아하고 꿈꿨을까 궁금하게 돼..




그리고 내가 결혼 안 했음 어땠을까?

가끔 너무 자유롭고 싶어서.. 이사 오기 전 집이 그리울 때도 있어..

근데 또 삶이란 내가 있는 곳보다 다른 곳이 더 좋아 보이니까 그럴 때도 있나 봐..




옛날보다.. 두 아이의 엄마가 되니..

이전보다 훨씬 더 생긴 엄마의 주름이 짠해..

엄마가 왜 짜증을 냈는지..

아빠랑 싸웠는지.. 도.. 이해가 가고..,



나는 아이 낳음 이렇게 저렇게 키워야지. 생각했던 게..

진짜 교만했구나 싶고,

엄마가 진짜 최선을 다했구나... 를 실감해.



다른 엄마들 보면 때론 어떤 성격이 부럽기도 하고,

우리 엄마는 예민해. 그런 생각 했을 때도 있었는데..

그거 알아?

그거 안 친해서.. 거리가 있어서 좋아 보였던 거야..

알고 나면.. 다 비슷하고..

아 우리 엄마가 제일이구나.. 싶은 거야.

받았던 사랑이 당연한 줄 알았지..



우리 한참 키울 때 사는 게 바빠서 

난 그냥 엄마가 먹는 것도 안 좋아하고.. 옷 입는 것도 안 좋아하는 줄 알았어.

근데 크고 나서 엄마가 쇼핑을 좋아하는 줄.. 다 커서야 알았잖아..

아마 우리 두 딸도 내가 뭐 좋아하는지 모르고 서운하겠지..

자식 눈치 보인다는 말이 뭔지 알겠다니까?

화가 나도 맘대로 내지 못하고..



잘해준 게 대부분인데.. 잘못해준건만 기억하는 애들 보니..

아.. 엄마가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서운했겠다.. 생각이 들더라고..



엄마의 젊음을 먹고 우리가 자란 거였어..

엄마의 휴식을 우리가 가져가고..

엄마의 취미도.. 우리가 당연히 우리의 시간으로..

엄마가 되어보니 알겠더라고..



엄마.. 그래도 우리 둘이 놀러 다니고 힘들어도 좋았지?

지나고 나니..

싱가포르 가서도 삐지고 지치고..

그래도 같이 가주고 고마워..

짜증내서 미안하고..


내가 엄마를 데리고 다녔다는 생각 했는데..

지나고 나니까.. 엄마가 내게 추억을 선물해준 거더라고..



나 애 좀 더 키우고.. 운전도 더 능숙해지면

더 같이 많이 다니자.

알았지?


내 옆에서 오래오래 건강히 늙어죠.

내 가장 오랜 벗인 거 알지?



엄마 딸로 태어나서 고맙고 감사해..



앞으로 우리가 투닥투닥 해도 이 편지 보고.. 나 그냥 봐줘

엄마 딸이니까.^^



나 진짜 겁 많은 겁쟁이 었는데..

어느새 서른여섯이야..

나이가 들었는데도. 마음은. 항상 엄마가 필요한 어린 딸인 거 같아.


엄마 우리 이제 같이 손잡고.. 건강히 아름답게 늙자..


항상 내가 소소한 것을 하더라도 용기 갖으라고 응원해줘서 고마워..

다 고마운 거 투성이야..



고맙고 사랑해 ♡







2020년 8월 19일

큰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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