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행젼 Jul 22. 2022

가족 구성원이 당연히 다 잘 맞는다?

어떤 관계도 부단한 '노력'이 필수이다.



딸이 발레를 잠시 들어간 사이.. 나는 가방에서 블루투스 키보드와 핸드폰을 연결했다. 아이스 바닐라 라떼와 초콜릿 쿠키를 골랐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해서?


아니다. 나는 사실 해소할 방법이 이렇게 밖에 없는 것 같다. 슬픈 일인가. 슬프지 않은 일인가.

슬퍼하고 싶지 않다,


전업주부라서 '가정'이라는 테두리 속에 나를 구겨 넣은 지 나름 오랜 시간이 지났다.

신혼의 사람들이 볼 때에는 나는 벌써 두 아이의 엄마에, 결혼 7년 차에 어느덧 시간이 흐른 여자의 삶처럼 보일 테고, 수십 년을 살아온 분들에게는 아직 애송이 같아 보일 테다.


그게 문제가 아니다.

나는 내가 자라면서  내가 다소 예민하고, 소심하고 그런 아이이라고 생각했지 나에 대해 자세히 면밀하게 탐구해볼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주변에서 나를 어떻게 명명하면 그런가 보다 했고, 나를 그런 사람이라 생각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 나는 안다.

그런 내가, 가끔은 너무 짠하다.

나는 혼자 있기를 대부분 좋아하고, 인내심이 차오를 때까지는 받아주는 편인데.. 나를 단지 어떤 단어의 프레 임안에 가둬놨던 사람들에게, 그게 가까운 사람들일지라도 내가 왜 그냥 놔뒀을까?


당당해질 것이다.

당당해질 못할 이유도 없다.

결혼을 '자유', '독립'이라는 단어에 매혹되어서 해서는 안될 거라 생각한다.

결혼하기 전에 우선 나를 탐구하고 면밀히 관찰할 시간이 꼭 필요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기존의 가정과, 새로운 가정

예를 들어 친정과 내 독립된 가정, 그리고 시댁이 있다고 치면 '나 설명서' 정도는 당당히 말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게 성장한 어른인 것 같다.

왜냐고?

나를 설명하지 못하는데, 누가 나를 존중해줄 방법을 알겠느냐 말인가. 그냥 상처받지 말고.. 당당히 이야기하고, 거리를 둬달라고 이야기하고, '나는 이런 게 싫으니 주의하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가족의 구성원이라고 다 알 수 있을까?

가정 속에서 있거나 가정을 꾸리면 보통 '안정'이라는 그 느낌이 주는 대단한 힘을 나도 안다. 하지만 가정의 구성원이라고 해서 나를 다 알 거라는 착각,

말을 안 해도 알아줄 거라는 착각은 금물이다.


씨앗도 봄에 심어서 새싹이 자라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도 한다. 하물며 인간도 얼마나 성장하고 변하겠느냐 그러니 서로가 존중하기 위해서는 서로 묻고 알아주기 위해 '노력' 해야 한다.

내가 어릴 때 가졌던 그 관념을 가지고 지금 어른이 된 누군가를 대한다 생각하면 그건 맞는 기준과 태도가 아니다.


가정의 구성원이라고 해서 모두가 잘 맞고 잘 지내야 한다?

더더욱 아니라고 생각한다.

친구관계도 가정 구성원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부단히 노력하는 관계여야 그 본질을 꿰뚫을 수 있고,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그런 깊은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좋은 일이 생겼다. 누구한테 연락할 사람이 있나? 생각해보면 나오지 않을까.

꼭 그 상대가 가족이 아닐 수도 있다.

가족이 원수라는 말도 아마 그래서 그러지 않을까.

서로 안정감보다 구속과 책임감이 더 큰 관계면 그 관계가 무루 익을 수가 있을까.


하찮은 말로 가족 구성원을 다 아느냐 그렇게 떠들대는 누군가가 있다면 당당히 말했으면 좋겠다.

" 네가 날 얼마나 알아. 조심해주었으면 좋겠다.

더 이상 나도 맞추지 않을 테니 너도 맞추지 마."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내가 바쁘더라도, 힘들더라도 내 시간과 노력을 여지없이 쓸 려고 하는 내 마음.


하지만 때로는 그 메여있는 관계 속에서 허우적거릴 수도 ,

끊어버리고 싶은 관계가 가족일 수도 있다는 걸.


서로 이왕 메여있다면 노력해보는 관계도 좋지 않을까 싶다.

가정의 관계를 단순히 '안정적인 보금자리'라고만 생각해서 결혼하려고 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하지 마라'라고 말하고 싶다.


어디서 보다 노력해야 하는 관계가 '가정'이지 않을까.

휴식 같은  시공간을 원한다면,

그저 경제적 자립을 통해서 공간을 얻어 독립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만 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관계라면,

그냥 당당하게 거리를 두고 경고와 공지를 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내 노력이 누군가 알아줘야 하는 건 아니지만

질타와 비난을 받는 것까지 허용하지 않는 다면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전업주부에게 무선 이어폰 선물하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